[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대구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진 40대 남성은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경찰청은 24일 박 전 대통령에게 소주를 던진 40대 남성 A씨를 특수상해미수·집시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후 12시16분쯤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소주병은 박 전 대통령을 2~3m가량 벗어난 곳에 떨어졌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범행 직후 경호원들이 막아섰으며 상황이 정리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발언을 이어갔다.
A씨는 가슴 부위에 'HR_인민혁명당(kus.ne.kr) 가입해주세요. 사법살인진실규명연대'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달고 있었다.
A씨의 전화번호도 팻말에 적혀 있었다.
해당 카페 소개글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숱한 사법살인을 당한 분들을 찾고 그 진상을 규명하는 시민단체'라고 되어 있다.
A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먹다 만 소주병을 들고와서 박씨를 향해 던졌다"며 "(박씨를) 해치기 위해서 던졌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인민혁명당 관련 재판이 2개라느니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도 하지 않았다"면서 "여기(달성)에 살려고 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혁당 사건은 유신시절 대표적 '사법살인' 사건이다.
1974년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는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가 국가 전복을 기도했다"며 관련자 23명을 구속했다.
이 중 도예종 씨 등 8명은 1975년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사형 확정판결이 난 지 18시간 만에 사형당했다.
이후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중앙정보부가 고문 등을 통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5년 12월 법원이 이 사건의 재심을 수용했다.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미 형이 집행된 피고인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이던 2012년 9월10일 인혁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답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발언은 삼권분립 등 헌정절차가 정지된 유신 때 이뤄진 유죄 판결과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무죄로 교정한 판결의 효력을 동일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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