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며 물가가 안정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향방에 더욱 관심이 몰리고 있다.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이어나갈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기록한 7.9% 오름폭을 크게 웃돌며 198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의 월간 상승률이 최근 6개월 내 최소폭으로 줄며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이후 둔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연간 상승률은 여전히 1982년 이후 최대폭이다.
근원 CPI는 3월 전년 동월 대비 6.4%, 전월 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 CPI 상승률이 안정을 찾으며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3월 정점을 기록한 후 둔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앤드류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경제학자는 "3월 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근원 CPI가 마침내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날 보도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가격이 안정을 찾으며 추후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레리나 우루시 티로우프라이스그룹 미국 경제학자 역시 변동성이 크지 않은 품목들의 물가가 안정을 찾고 있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변동성이 강한 비행기 요금이나 호텔 숙박비 등의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는 한편, 주거비 등 가격 탄력성이 낮은 항목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동성이 강한 품목들이 안정을 찾을 경우, 근원 물가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역시 전월 대비 근원 CPI 오름폭이 둔화한 데에 주목했다.
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그는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면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앞으로 몇 달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신속히 올릴 것이라며,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고도 물가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능력에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올해 1분기 CPI가 전년 대비 6.6% 상승한 후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내년에는 2%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가운데 연준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긴축이 필요하지만,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지만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곡선에 뒤쳐져 있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지만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연준의 과감한 긴축 없이는 물가가 완화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은 13일 기준 86.6%를 기록하고 있다.
일주일 전인 6일의 77.1%에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정책은 득보다 실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가가 올라 생활이 어려워진 가운데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드프라이빗자산운용 전략가들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8%의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2%까지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이미 연준의 적극적인 긴축 정책이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멘티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10명 중 8명 꼴로 올해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원 기자 hyewonchang@aju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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