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북한이 처음으로 코로나19 발생을 인정한 것은 유행의 규모가 크고 자체적인 방역·의료 시스템으로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진단검사·치료제가 모두 부족한 북한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제기구 등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파돼 하루 1만8000명, 누적 35만여명의 유열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6명으로,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확진자가 포함됐다.
북한은 그간 내부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제기구의 백신 지원을 거절해왔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는 물론 의료 인프라 자체가 열악한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도 않았고, 걸리고 나서 격리 치료를 할 수 있는 음압병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중증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병원도 없기 때문에 보건의료체계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전국 도·시·군 봉쇄 조치로 감염 전파를 막겠다고 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봉쇄로 막을 수 없다"면서 "봉쇄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산 백신이긴 하지만 접종률이 높은데도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북한은 그 정도 (접종) 상태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내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은 백신, 치료제, 중환자 치료체계가 있어서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델타 변이보다 조금 낮은 정도"라며 "그런 상태에서 오미크론은 매우 치명적인 감염병의 일종"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북한 지역사회에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유열자’라고 하지만 오미크론은 발열보다 인후통, 권태감 등 증상이 더 많고 무증상도 있어서 이들을 합하면 이미 많이 확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북한은 영양상태 문제 등으로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다"면서 "군대, 수용소 등에서 대규모 감염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진단키트를 최대한 지원받아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 교수는 "북한 환경에서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면 위중증, 사망이 늘어나 피해가 커질 것"이라면서 "백신보다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를 먼저 지원받아 피해를 줄이고 자연면역을 확보하는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치료제 도입이 중요하겠지만 세계적으로 재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단키트, 백신을 지원받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