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튀르키예 정상회담
푸틴 “전쟁 비극이지만 서방이 반격 자초”
하메네이 “서방 속임수 늘 경계 해야”
푸틴 천연가스 공급 축소 또 압박 나서
“가스터빈 반환 안 돼 절반 줄일 수도”
중단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재개
시리아 문제 두고 러·이란 vs 시리아 이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을 방문해 대러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 등 서방에 맞선 독자 외교공간을 과시했다.
특히 유럽에 대한 가스 추가 공급 감축을 경고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에 불안이 감지되고 있다.
 | “계속 협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제콘퍼런스센터에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한 제7차 아스타나 평화프로세스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세 대통령은 성명에서 모든 형태와 표현으로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시리아 분쟁에는 군사적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테헤란=타스연합뉴스 |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 튀르키예(터키) 정상과 양자 및 3자 회담을 위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찾았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말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자 과거 소련 구성원이 아닌 나라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 직후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이란 양자 정상회담에서는 반미 연대가 부각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하고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며 “세계 각국은 무역에 있어서 미국 달러 사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서민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큰 비극이지만 서방의 행보는 우리로 하여금 반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확고한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러시아는 또다시 천연가스 공급 축소를 압박 카드로 들고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러·튀르키예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서방에 수리를 맡긴 파이프라인 가스터빈이 제때 반환되지 않고 있어 공급량은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작동하던 터빈 2대가 하루 6000만㎥를 수송했다.
터빈 한 대가 돌아오지 않으면 3000만㎥가 된다”고 말했다.
일일 공급량 3000만㎥는 노르트스트림-1 최대 용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 | 사진=AP연합뉴스 |
푸틴 대통령은 터빈 수리가 지연된 것은 서방의 제재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앞서 가스프롬은 캐나다 지멘스에너지에 터빈 수리를 맡겼지만, 대러시아 제재에 발이 묶여 터빈을 다시 전달받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로 인해 가스 송출설비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지난달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역량을 40%로 감축했다.
캐나다는 최근 우크라이나 측의 반발에도 터빈 운송을 결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점검을 이유로 가동 중단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예정대로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1은 지난 11일 유지·보수 작업으로 가동이 중단됐는데 러시아가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인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3개국 정상이 이견을 드러냈다.
2011년 이후 10년 넘게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문제에서 러시아·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튀르키예는 시리아 서북부를 기반으로 하는 반군을 지원하는 만큼 입장차는 여전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양자회담에서 튀르키예가 계획 중인 시리아 북부지역 군사작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시리아 북부에서 어떤 종류든 군사 공격이 일어날 시 튀르키예와 시리아 모두에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자 회담을 시작하자마자 “튀르키예가 이 문제를 수수방관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군사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민·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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