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돼
"셰익스피어만큼 인본주의 강조한 작가 없어"
영국의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 연구에 평생을 바친 원로 영문학자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이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오전 4시12분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5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유학해 리즈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박사학위는 서강대에서 받았다.
1965년 서울대 전임강사가 된 것을 시작으로 2001년 정년퇴임 때까지 모교 영문과 교수로 강단을 지켰다.
이 기간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객원교수(1974∼1975), 영국 옥스퍼드대 객원교수(1975), 미 케임브리지대 객원교수(1975∼1976, 1987∼1988) 등을 지내며 영미 학계와도 활발히 교류했다.
고인은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1990∼1992)을 맡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연구에 천착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 해설과 번역’(1996), ‘세익스피어 비평사’ 상·하권(2002), ‘셰익스피어 연구’(2004) 등 저서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론과 셰익스피어의 비극’(1992), ‘셰익스피어의 요정들과 마녀들’(2000) 등 논문 목록만 봐도 셰익스피어 관련 저술이 압도적이다.
왜 그토록 셰익스피어에 빠져들었는지에 관해 고인은 1977년 경향신문 기고문에서 “셰익스피어는 휴머니티(인간성)에 관해서 어느 작가보다도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말했다”며 “이것이 셰익스피어가 우리에게 기쁨과 위안, 지혜와 영감이 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인간의 위선과 결함을 그린다고 해도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너그럽고 동정적”이라며 “믿음과 신뢰, 곧 인간에 대한 사랑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셰익스피어 예찬론을 폈다.
인문학 분야에서 쌓은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69세 때인 2004년 7월 학자로서는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학술원 회원으로 뽑혔다.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가이기도 했던 고인은 한국번역가협회가 주는 한국번역대상(1998)을 받은 것을 비롯해 황조근정훈장(2001), 대한민국학술원상(2003)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경숙씨, 자녀 이영준·은경·은주·은미씨, 사위 김형준·김정열씨, 며느리 엄소용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8시20분. (02)2227-7500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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