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도지사에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 운영 방법 찾겠다”
취약계층 복지서비스 ‘셀프 SOS’ 보내야 하는 현실 간과 지적
도 관계자 “종합대책 준비 중…반영해 글이 다시 올려질 것”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빈곤층이 직접 도지사에게 전화를 거는 ‘핫라인’ 개설을 제안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같은 김 지사의 발언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모두 삭제된 상태다.
 | | 김동연 경기도지사. 뉴시스 |
◆ ‘핫라인’ SNS 글, 수 시간 만에 내려…“주민센터에 전화조차 못 거는데”
24일 정치권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전날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SNS에 글을 올려 “벼랑 끝에 선 도민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면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도지사에게 한 번 연락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법을 반드시 찾겠다.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 의견과 제안도 받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발언은 애초 의도와 달리 안팎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숨진 세 모녀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셀프 SOS’를 보내야 하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급 복지지원제도는 예산이 적고 선정 기준이 빡빡해 지원을 신청하고 받기까지 취약계층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경제 사정이 어렵고 돈을 벌 능력이 없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 수치심을 조장한다는 설명이다.
 | 지난 23일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연합뉴스 |
만약, 핫라인이 개설되더라도 숨진 수원 세 모녀와 같은 취약계층이 도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처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구 1300여만명 광역 지자체의 수장이 곳곳에서 걸려오는 민원전화에 제대로 응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 산하 시·군의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들이 복지서비스 선정과 같은 민원업무를 처리하면서 과로와 폭언, 폭력에 시달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선 취약계층이 긴급 복지지원 신청 과정에서 낙인효과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기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설명한다.
◆ “이런 식이면 비극 반복”…낙인효과·수치심 줄여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전날 성명을 내고 “단호하게 말씀드려 이런 식이라면 비극은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부터 정치권 대응까지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판박이”라며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콜센터를 설치해도 전화조차 걸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주민센터에도 전화를 못 거는데, 도지사에게 어떻게 전화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추심이 무서운 이들은 전입할 수 없고 관공서와 얽히는 것도 꺼린다”면서 “아무리 경쟁적으로 지자체와 부처들이 복지대책을 내놓아도, 세금을 허투루 쓴다는 시선 때문에 자격심사를 강화하고 여기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은 아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하더라도 탈락한다”고 현실을 적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날 ‘핫라인’을 언급한 김 지사의 SNS 글이 내려진 데 대해 “도 차원에서 (세 모녀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해 김 지사의 글이 다시 올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쯤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해당 주택에 살던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로 확인됐다.
이들 세 모녀는 암과 희귀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된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거처를 옮긴 뒤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정부는 암·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를 '고위험군'으로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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