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집에 찾아오는 경우도. 결국 이사 결심까지
 | |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남편 직업이 소아과 의사라는 한 여성이 동네에서 무례하게 의료 관련 질문을 해오는 주민들 때문에 결국 이사를 결심했다는 사연을 전해 온라인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지난 27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의사 집은 응급실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글 작성자인 A씨는 ‘동네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남편과 4세 딸을 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남편이 운영하는 소아과 의원과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20분 거리에 불과했다.
A씨는 조리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사람들에게도 남편이 소아과 의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한 주민이 A씨 남편의 소아과에 방문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A씨에게 시도때도 없이 연락해 “영양제는 뭘 먹여야 하냐”, “한밤중 아이가 아픈데 응급실 가야 하냐”고 물었고, 심지어 “아기 변이 이상한데 오셔서 봐주실 수 있나”라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했다.
결국 A씨 남편은 ▲아이가 아플 때 대응 방법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는지 등을 안내문으로 만들어 공유했다고 한다.
A씨는 ‘퇴근 후엔 진료를 보지 않으니 개인적 연락은 삼가달라’며 동네 단체 대화방에서도 나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들은 또 다른 아파트 대화방에서 A씨에게 질문을 계속했다고 했다.
늦은 밤 A씨의 집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남편 차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하는 주민도 있었다”면서 “남편이 병원에서 가운 입고 있을 때나 의사지, 퇴근하고 집에서 밥 먹고 쉬고 잘 때도 의사는 아니지 않냐. 우리 집이 응급실도 아니”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연락 잘 안 받고 나니 유별난 주민들이 눈총을 주더라.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 험담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괴로워했다.
험담 내용은 ‘의사면 돈도 잘 벌텐데’, ‘워킹맘도 아니면서 어린이집 보낸다’, ‘의사가 술 마신다’ 등이었다.
결국 A씨 가족을 이사를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런 일 겪으면 정말 사람이 예민해진다.
하다 못해 어른 아픈 거까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며 “간혹 돈 드리면 되지 않냐는 건 너무 몰상식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떠나가지만 주변에 의사를 너무 괴롭히지 말아달라. 그 의사들도 사람이고 자영업자 또는 직장인”이라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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