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관련 기관·단체 대표자 10인 공동 논평
"'한국=잘못 만들어진 나라' 인식 퍼뜨릴 것"
편향성 시정, 다양한 관계자들 참여 등 촉구
문재인정부 시절 출범한 국가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에서 마련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을 두고 “지나치게 좌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교육 관련 단체 및 기관 대표자 10인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되는 교육과정”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다소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사’ 교육과정을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도 참여시켜 전면적으로 다시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 |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4월 유은혜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2년도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세종=뉴시스 |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 대표, 배호성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대표, 유형재 대한역사문화협회 대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 김진홍 역사연구원 이사장, 홍후조 역사연구원장, 이영훈 이승만학당장, 박명수 자유역사포럼 대표, 이명희 청구역사연구소장, 김태완 한반도선진화재단 교육연구회장 10인은 5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되는 교육과정을 수용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는 2022년도 개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김 대표 등은 가장 먼저 ‘역사인식의 편향성’을 문제삼았다.
논평에서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은 전 국민적 관심사이고 또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인식의 편향성을 드러내는 특정 교수에게 용역을 줘서 개발하였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시안은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으로 강조되는 3·1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해 언급이 없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중에서도 ‘협동전선’이니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좌우) 공통의 노력’이니 하는 것들에 큰 비중을 둔다.
김 대표 등은 “이런 시도는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계승해 자유민주주의 원칙 아래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분단고착세력’으로 평가하여 잘못 만들어진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 연장에서 6·25전쟁 의의를 ‘분단의 고착화 과정’으로 파악한다”며 “이는 실체로서 존재하고 발전해 온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안이 한국이 가야 할 길을 ‘한반도 분단과 동아시아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와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제시한 점도 반박했다.
김 대표 등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이 가야 하는 길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독립 주권국가로서 지속적으로 번영·발전하는 것”이라며 “이것들(분단 및 동아시아 갈등 극복)은 고상하고 정의로운 가치를 말하는 듯하지만 실은 대한민국 국체에 대해 도전하고, 대신 북한과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오승걸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이 지난 8월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공개된 2022 교육과정 ‘한국사’ 시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일부 내용이 논란을 빚자 “검토 및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발달상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점, 근대 이전의 한국사 비중이 지나치게 축소된 점 등도 시안의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김 대표 등은 “시안은 대한민국의 성취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으며 경제성장에 대해서조차도 그 한계와 사회적, 환경적 부작용을 크게 강조한다”면서 “또 근대 이전 한국사 홀대로 우리 학생들은 고려시대 금속활자 발명,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조차 피상적으로만 알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여러 가지의 근본적 결함 탓에 시안은 장차 국민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대한민국의 국체와 미래 전망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게 김 대표 등이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한국사’ 교육과정은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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