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교육부가 연말까지 자사고와 외고 등 고교체제 개편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지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고교 유형은 일반고로 전환하되 법률 근거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개편 정책의 쟁점 및 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지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고교 유형은 일반고로 전환하되, 축적된 역량을 활용하기를 원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중점학교 등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일반고 중에서도 다양한 분야별로 중점학교를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 거점학교 역할을 수행하며 전체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7월29일 윤석열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고 외고와 국제고에 대해서는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외국어교과 특성화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2월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부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고 이를 재검토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고교 체제를 놓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외고와 국제고는 어문계 진학률이 2019학년도 기준 40%, 18.2%에 그치고 입시에 강점을 가진 학교로 인식되는 점, 외고와 국제고 입시 준비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점 등이 지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고 폐지 방안이 나온 이후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교육부는 "외국어 교과 특성화학교 전환 등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해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를 두고 자사고나 외고 등이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것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성화고는 일반고에 비해 우선선발이 가능한만큼 기존 특수 유형 고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지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고교 유형을 특성화고로 전환할 경우 학교장 자체 선발과 우선선발이 가능한 국제고로 인식되어 기존 특수유형 고교를 대신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자사고의 경우 사립학교의 자율성이나 학생의 학교 선택권 확대라는 지정 목적에는 어느정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고교 서열화가 심화되고 일반고 역량 저하에 영향을 준 점,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과정보다는 입시중심 교육과정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사교육 경감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사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 경험 비율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으나 자사고 입학 후 사교육 의존도 감소는 성과로 제시되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라고 설명했다.

고교유형과 지정·재지정·지정취소에 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식으로 존폐를 결정해왔는데 매번 혼란을 유발하고 있어서다.
입법조사처는 "고교제도의 법적 안정성을 높이고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려면 초중등교육법에 조항을 신설하는 입법방안을 검토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고교 유형 지정·재지정·지정취소에 대한 기준과 절차도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특목고와 자사고 재지정, 지정취소에 활용하는 운영성과 평가는 교육감이 5년마다 정하는 시·도 교육규칙에 따라 이뤄졌는데, 지정취소 처분과 관련한 소송에서 자사고 학교법인들이 모두 승소했다.

자사고 체제를 유지할 경우 서울 편중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전체 자사고의 1/2 이상이 서울에 지정돼있으며 서울 외 시·도 중 자사고가 3곳 이상인 지역은 없다.
아울러 특목고나 영재학교, 자율고 과다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체 특목고와 영재학교, 자율고를 합한 학교 수는 271개로 일반고(1616개)의 16.7%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