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사기 사태를 일으키며 파산이 선고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파산관재인으로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변호사가 공동 선임됐다.
자산운용사 파산관재인으로 변호사가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보만 파산관재인 역할을 하면 각종 법적 분쟁을 처리할 때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데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예금자보호를 위해 예보를 단독으로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해 오던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파산이 선고된 옵티머스의 채권신고기간은 오는 26일까지다.
채권신고가 끝나면 서울회생법원에서 채권자집회가 열린다.
옵티머스의 첫 채권자 집회 및 채권조사기일은 오는 10월 25일 오후 4시다.
 
채권자집회에선 채권자에게 파산 절차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파산관재인은 법원에게 파산이 선고된 법인을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을 받아 파산 절차를 수행하는 공적 수탁자로서 실무자다.
 
현행 예금자보호법 제35조의8은 법원이 공사가 보험금 지급 또는 자금지원을 하는 부보금융회사(보험이 부착된 금융회사)가 해산 또는 파산한 경우 지원자금 등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필요가 있을 때 파산관재인의 선임에 관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공사 또는 그 임직원을 청산인 또는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공사'는 예금보험공사를 말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과 은행 등이 파산하면 예보 입장에서는 빨리 자금을 회수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보는 2000년 12월 제정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근거로 공적 자금이 들어간 파산 금융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돼 파산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파산 선고가 난 라임과 옵티머스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법인이 아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법인이 아닌데도 예보가 파산관재인을 맡은 사례는 여럿 있었다.
2013년 8월 19일 파산 선고를 받은 와이즈에셋자산운용, 2015년 2월 16일 파산 선고가 난 한맥투자증권, 올해 2월 17일 파산 선고를 받은 라임자산운용이다.
 
그런데 서울회생법원이 이번 사건 파산관재인에 예보와 이정선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파산 신청 사건에서 변호사가 공동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산법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들은 올 초부터 "자산운용사 파산 과정에서 예보만을 파산관재인으로 두면 다수의 각종 법적 분쟁, 소송업무를 처리하고, 펀드 피해자들 등에게 적절히 설명하면서 공평·신속하게 업무가 처리해 하는 부분에 부족함이 생기기 쉽다"며 "예보와 변호사가 공동 파산관재인이 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같은 법원 안팎의 여러 우려를 고려, 검토 끝에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파산관재인으로 변호사가 선임돼야 하는 이유는 전문성이다.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 관련해 많은 소송이 얽혀 있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이나 우리·하나은행이 라임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들 수 있다.
법조계는 "예보는 재무 담당자일 뿐, 소송 관련해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C변호사는 "(변호사가 공동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돼야 하는 이유는) 공정성도 들 수 있다"며 "채권자들에게 동등하게 배당할 재산이있거나, 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산 절차 내에서 파산관재인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소송 수계가 있다"며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소송들을 채무자가 아닌 파산 관재인이 이어받도록 돼 있다"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례로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증권사 파산에 있어서도 예보와 변호사가 공동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는 실무 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B변호사는 "예보와 회계사들은 관련 소송에서 무슨 문제가 있고, 진행 상황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질문이 오면 '우리 사건 선임한 대리인 변호사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한다"며 "처음부터 공동 파산관재인으로 변호사가 선임되면 이런 불필요한 단계를 생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