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새 5번째 미사일, 4500㎞ IRBM으로 도발 수위 높여
자강도 무평리서 발사…5년 만에 일본 통과해 태평양으로
올초부터 본격 도발, 한국 방어력 시험…‘핵실험’ 임박했나
日, 홋카이도 등 주민대피령 내려…기시다 “폭거” 맹비난
북한이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잇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이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우리 정부는 본은 이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23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
◆8개월 만에 IRBM 발사…도발 수위 높인 北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23분께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IRBM은 사거리 1000∼2500㎞인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보다 사거리가 길고, 55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는 짧다.
이번 미사일 비행거리는 4500여㎞, 고도는 970여㎞, 속도는 약 마하 17(음속 17배)로 탐지됐다.
지금까지 북한이 정상 각도로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로,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서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미국령 괌을 직접 때릴 수 있는 거리다.
평양에서 괌까지는 3400여㎞이다.
지난 1월 800㎞ 정도로 거리를 조절해 발사했던 IRBM과 달리 이번엔 구현 가능한 실제 사거리로 발사함으로써 태평양의 미국 전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9월 15일 이후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넘어가게끔 미사일을 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은 괌뿐 아니라 일본에 배치된 미군 전력에 대해서도 위협을 가한 셈이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대북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NSC 참석자들은 “북한의 IR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을 비롯해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이라며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되는 북한 도발을 묵과할 수 없다는 점과 이같은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억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NSC 도중에 회의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 수준을 높여가기 위한 협의를 지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올초부터 본격 도발…핵실험 임박했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잠하던 북한은 올초부터 IRBM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발에 들어갔다.
이때 발사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후 4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만 보면 9번째다.
북한은 최근 SRBM 발사에서 비행 고도, 거리, 속도 등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여러종류의 미사일을 시험 평가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 능력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한편 동시 운용 능력을 강화해 한국의 방어체계를 뚫기 위한 목적에 도발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IRBM 발사는 도발 수위 상승의 전조로 볼 수 있어 북한이 곧 ICBM 발사는 물론 핵실험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는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한군 동향에 대해 “북한이 영변 원자로 등 주요 핵시설 정상 가동 및 핵실험 가능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형 액체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핵실험 준비 완료 시기는 “올해 5월쯤”이라면서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차 핵실험이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소형(핵무기)일 수도 있고, (6차 핵실험 때보다) 더 위력이 큰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4일 일본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 등을 이용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속보가 TV화면에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미사일 발사정보전달 시스템인 엠넷(Em-Net)과 J-ALERT를 이용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연합뉴스 |
◆홋카이도 피난령 내린 일본…北 맹비난
북한이 쏜 미사일이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통과함에 따라 일본 정부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NHK와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고 오전 7시 27분 발표했다.
이어 미사일 발사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와 방송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일본 열도 최북단인 홋카이도와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주민에 대해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피란 지시를 내렸다.
NHK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해당 지역 주민에게 대피 경보를 반복해 알렸으며 도쿄 지역에는 신문들이 호외를 발행하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도호쿠 지역 상공을 통과함에 따라 도호쿠 신칸센 일부 구간의 운행이 오전에 일시 중단됐다가 운행을 재개했다.
JR홋카이도도 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했고, 삿포로시의 지하철도 운행을 멈췄다가 재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이런 행위는 폭거”라고 규정하면서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피해 파악과 정보 수집, 관계국과의 연계를 지시했다.
앞서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사전 통보도 없이 우리나라 상공을 통과하는 형태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것은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 통과 지역 주민 안전의 관점에서도 극히 문제가 있는 행위”라며 “베이징 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고,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역시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와 협력과 연계 강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실효성 확보, 유엔 안보리 추가 대응 포함 단호한 대응 등을 지시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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