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 소유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이 일반적인 골프장과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기업에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골프장을 통한 돈벌이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 소유 회원제 골프장 43곳의 평균 그린피(비회원) 인상률은 주중 18.3%, 토요일 13.8%로 나타났다.
비교 기간은 코로나19 국내 유입 직후인 2020년 5월부터 올 9월까지다.
같은 기간 전체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인상률은 주중 16.9%, 토요일 13.9%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대중제 골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기업이 소유한 대중제 골프장 16곳의 평균 그린피는 주중 31.5%, 토요일 20.4%의 인상률을 보였다.
전체 대중제 골프장의 평균 인상률은 주중 33.1%, 토요일 24.6%로, 인상 폭의 차이는 3~4%에 불과했다.

특히 그린피가 비싸게 나온 골프장 16곳 중 6곳은 오는 11월부터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때문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기업 소유의 대중제 골프장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빌미로 골퍼들의 지갑을 털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팬데믹 이후 '주중 그린피'를 가장 많이 올린 건 현대차그룹이 소유한 제주 서귀포시의 해비치제주CC다.
회원제 18홀과 대중제 18홀로 구성된 이 골프장의 그린피는 2020년 5월 11만5000원에서 올해 9월 20만원으로 73.9% 뛰었다.
'토요일 그린피'를 가장 많이 올린 골프장 은 CJ그룹의 제주시 나인브릿지CC였다.
회원제 18홀과 대중제 6홀인 이 골프장 역시 같은 기간 그린피를 28만원에서 45만원으로 60.7% 올렸다.

인상 금액 자체로만 보면 나인브릿지CC가 가장 비싸졌다.
조사 초인 2020년 5월 당시 비회원 요금은 주중 22만원, 토요일 28만원이었는데 올 들어 각각 35만원, 45만원으로 13만~17만원씩 올리면서 가장 비싼 회원제 골프장이 됐다.
반면, 회원이 내는 그린피는 2만2000원으로 개별소비세 수준에 불과하다.

그린피가 가장 비싸진 지역 역시 제주도였다.
상위 10곳 중 5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해외여행 수요까지 쓸어담으면서 내륙의 골퍼들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어 강원·전남 권역의 골프장이 각각 2곳씩 포함됐다.

대기업 소유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지난달 기준 주중 22만1000원, 토요일 2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회원제 전체 평균으로 보면 주중 20만4000원, 토요일 25만5000원이다.
대기업 골프장이 일반 골프장보다 7~8% 수준으로 그린피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중제 골프장으로 비교해도 대기업 소유의 경우 주중 평균 18만1000원, 토요일 23만3000원으로 전체 평균 대비 1~3% 이상 비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 대기업마저 골프 업계에선 이익 추구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대기업이 가진 골프장 중 요금을 올리지 않은 건 단 2곳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의 안양CC, 한화그룹이 소유한 제이드팰리스CC로, 이들 골프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린피를 아예 올리지 않았다.
해당 그룹들이 소유한 여타 골프장을 보면 삼성그룹 골프장 4곳의 그린피 인상액은 2만원 이하였으며, 한화그룹 골프장 2곳도 2만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기업이 소유한 골프장들이 여타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그린피를 대폭 인상하면서 돈벌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이 큰 대기업인 만큼 골프장 그린피 인하를 고려하면서 정부의 골프 대중화 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