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가부가 폐지되고 신설되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에 대해 “미니부처인 여가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유아부터 노인까지의 생애주기별 정책과 여성만이 아닌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성계는 ‘성평등 후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조직개편안이 실현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7일 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2001년 여가부 출범 이후 지난 20여년간 호주제 폐지 등 여성 지위 향상에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구체적으로 △변화된 사회환경과 청년층의 인식을 반영하지 못했고 △젠더갈등, 권력형 성범죄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여성’에 특화된 여성 정책 등을 예로 들었다.
 |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
전날 행정안전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은 보건복지부로,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신설돼 복지부의 인구·아동·노인 기능과 여가부에서 이관되는 기능을 총괄하게 된다.
김 장관은 여가부가 복지부에 통합되면 양성평등 정책이 강화되고 한부모·미혼모부·조손가족 등 취약가족에 대한 사회보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에는 복지부의 큰 업무도 같이 오기 때문에 예산은 (현 여가부의) 1조5000억원 수준이 아니고, 수십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여가부의 업무 범위도 거의 두 배 이상 커진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성평등 정책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오히려 성평등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복지부로 통합해 정책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양성평등 정책의 실질적인 집행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녀·세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성별갈등, 세대갈등 해소 등이 중점 추진될 것이라고 김 장관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공룡부처’로서 방대한 업무를 맡는 복지부에서 성평등 정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김 장관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편하게 ‘양성평등본부’로 줄여 말했지만, 저출생 정책을 비롯한 인구가족 정책은 주요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양성평등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14개 여성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의안 제출이나 심의,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는 국무회의 배석 권한을 가진 본부장이 어떻게 성평등정책 총괄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며 “‘생애주기 종합적 사회정책 추진 곤란’, ‘부처 간 기능 중복 비효율’이라는 개편 이유는 말은 ‘기능 유지’지만 사실상 다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부처를 폐지하러 온 장관’이라는 수식어가 김 장관을 따라다녔는데, 개편안에 따라 여가부가 폐지되면 김 장관은 ‘여가부의 마지막 장관’으로 기록되게 된다.
이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상당히 중요한 일을 한 장관으로 평가될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갖고 있지 않다”고 자신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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