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차별 민간 공습 비판
젤렌스키와 통화서 대책 약속
NYT “푸틴, 강경파 압박에 굴복
정치적인 공습 단행” 분석 내놔
유엔, 러 규탄 결의안 12일 표결
불법 병합 규정… 철군 촉구 담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스터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시작한 불법 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이어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지고 다쳤으며 군사용도가 없는 목표물이 파괴됐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계속해서 러시아가 침략에 대한 비용을 치르게 하고, 푸틴과 러시아가 잔혹 행위와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지게 하며,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첨단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남쪽 잔디밭에 착륙한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0일 하루 동안 크루즈 미사일 84발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서쪽 르비우부터 동쪽 하르키우까지 14개 지역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9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와 군사 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했으나 피해는 민간인 지역에서 집중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의 미사일 공격은 강경파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공습을 러시아 내부에서 커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대응으로 해석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밀리는 양상을 보인 데 이어 크름대교 폭발까지 겹치면서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1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
가디언은 이번 공습에 대해 “전술적(tactic)인 것이 아닌 정치적(political)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군비판세력, 러시아가 침공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 크름대교 폭발 후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고육책이라는 해석이다.
러시아 정치 평론가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러시아 내 정치적 관점에서 (이번 공습은) 매우 중요하다.
푸틴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지배계층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유엔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4개 지역 병합 규탄 및 철군요구 결의안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 채택이 불발됐다.
유엔총회에서는 193개 유엔 회원국이 1국 1표를 가지며, 어떤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총회 참석국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다수의 회원국이 같은 의견을 내면 세계의 여론이라는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총회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12일 진행될 예정인 만큼 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 2건은 각각 141표, 140표의 압도적 찬성을 얻었다.
기권이 각각 35표, 38표였다.
반대표는 러시아, 벨라루스, 시리아, 북한, 에리트레아 5표였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지민·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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