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쯤부터 7월까지 며칠씩 비가 이어지는 시기를 일컫는 장마. 최근에는 강수 형태가 바뀌며 장마철인데도 비가 뜨문뜨문 내려 ‘마른 장마’라거나 장마가 다 끝난 8월에 폭우가 쏟아지며 ‘2차 장마’라는 등의 별명이 등장했다.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사용해온 장마 용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유희동 기상청장이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 장마 특별분과 행사 중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
한국기상학회는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상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란 주제로 가을학술대회 특별분과 행사를 개최했다.
약 1333㎜인 우리나라 연강수량 중 절반 정도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통상 5일 일평균 강수량이 7㎜ 이상 되는 시기를 장마로 구분한다.
그러나 주제발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장마가 끝난 뒤에도 유사한 구조의 강수가 이어진다며 “장마가 변했고 여름철 강수가 변한 만큼 용어도 대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지구온난화가 대기 중 수증기와 강수량을 변화시켜 가뭄이 발생하거나 폭우가 내리는 등 강수의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난다”며 “동아시아 세 국가에 나타나던 장마철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0년 단위로 장마 통계와 특성을 종합 정리한 장마백서를 발간한다.
장마백서에 따르면 6월 하순부터 7월 상순 사이 강수량은 과거에 비해 증가했으나 전반적인 장마철 기간 강수량 변동성은 커졌다.
10년 단위로 장마철 평균 강수량은 1990년대에 297㎜, 2000년대 408㎜, 2010년대 328㎜로 들쑥날쑥하다.
장마철에 꾸준히 강수가 지속되기보다는 여름철 전반적으로 집중호우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최근 20년(2001∼2020년)간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린 일수를 비교하면 1970∼1990년에 비해 20%가량 높아졌다.
8월에는 강수보다 폭염이 심하던 전통적 여름날씨와 달리, 최근 8월 초 강수가 증가했다.
과거(1973∼1993년)와 최근(1994∼2020년)을 비교하면 8월 초순 전국 강수량이 63.0㎜에서 95.0㎜로 50.8% 증가했다.
서경환 부산대 교수는 “강수량이 집중되는 여름철 우기 안에서도 최근 7월 말, 8월 초, 8월 말쯤으로 강수 정점이 많아졌다”며 “9월1일 전후로 나타나던 2차 우기 피크가 8월 말로 빨라졌고 8월 초순에 새롭게 강수 피크가 나타나는 형태라 장마가 이어진다고 느껴질 확률이 높다”고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 장마 특별분과 행사에 참여한 기상학계 전문가와 언론인 등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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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이기도 한 장은철 공주대 교수는 올해와 지난해 장마 특성을 비교하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단순환 확장과 수축 단계를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흔히 봄에서 여름철로 넘어가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할 때 장마가 내리고, 이후 가을로 변하는 시기에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는 과정에서 다시 정체전선이 발달하며 가을장마가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 여름 안에서도 북태평양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고 태풍 등이 통과하며 기압계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 경계면과 수증기 공급 경로, 집중호우 발생 시스템에 따라 강수 구조가 달라 이를 구분해 명명하는 용어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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