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최단명 총리’로 만든 감세안에 대해 경제 고문들이 만류 의견을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지난달 영국 정부가 감세안에 발표하기 전 경제 고문들이 “시장 붕괴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며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이자 경제 고문인 제라드 라이언스와 줄리안 제솝은 트러스의 성장 의제를 지지한 경제학자들로 지난달 3일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쉐브닝에서 트러스 총리와 만났다.
보수당 당대표 겸 총리 선출 이틀 전이었던 이날 모임에는 또 다른 경제 고문인 매튜 싱클레어 경제분석가, 런던의 경제연구소인 폴리시익스체인지의 경제분석가인 앤드류 릴리코도 참석했다.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총리관저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사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
이 자리에서 라이언스와 제솝은 트러스 총리가 당선될 시 발표할 감세안에 대한 우려가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감세안에 대해 시장이 매우 긴장하고 있고, 신중하게 다듬어지지 않으면 시장 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감세안 실행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금융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문서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 정책이 더 명확하게 설명돼야 한다”며 “금융 시장은 감세안이 어떤 종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23일 트러스 내각이 발표한 감세안은 결국 취임 44일 만에 총리를 물러나게 했다.
450억파운드(약 72조1000억원)의 규모 감세안이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고,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하로 떨어지며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감세안 중 일부를 철회하고, 재무장관 경질에도 나섰으나 벼랑 끝에 몰린 정치적 입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트러스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20일 조셉은 자신의 경고를 총리가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취약하고 불안하다는 것을 꽤 분명히 전달했다”며 “시장에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일이 일어나버렸고, 수습은 형편없었다”고 지적했다.
라이언스와 제솝은 다음 주 발표될 새 총리를 향한 제언도 남겼다.
이들은 “에너지 위기,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이 새 정부가 직면할 과제”라며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춰 세율을 낮춰도 공공지출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 상황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과 금융 시장에 결단력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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