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소화약제 2024년 개발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 ‘리튬’
최소 2년 동안은 사실상 무방비
“소방당국, 지침·매뉴얼 등 정비를”
경찰, SK C&C ‘BMS 자료’ 분석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활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하기 위한 전용 소화약제와 자동 소화 시스템 개발에 앞으로 최소 2년이 더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난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를 불러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화약제와 자동 소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제2의 카카오 참사가 우려된다.
 |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이 방문한 경기 판교 SK C&C 빌딩 화재사고 발화지점 지하 3층 전기실에 비상 축전기가 화재로 전소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캡처 |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은 예산 60억원을 투입해 2020년 5월부터 방재시험연구원을 통해 ‘리튬 배터리 자동소화시스템 개발 R&D(연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방지 자동 시스템을 설계하고 전용 소화약제 등을 개발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사업 완료 기간이 오는 2024년 12월까지로, 아직 2년여의 시간이 더 남았다는 점이다.
개발 완료 후 상용화할 때까지 또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셈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부피가 작고 효율성이 좋아 데이터센터에서 비상전원공급장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등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화재와 폭발에 취약하고, 진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화재도 발생 후 약 8시간 만에야 완전 진화됐다.
발화 장소가 넓은 것도 원인이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화성상 탓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 분리막이 파손되면 가스 생성과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고, 인접 셀도 연쇄 반응을 일으켜 가스 소화 설비에 의한 초기완전진화가 어렵다.
화재 당시 자동 탐지 설비는 정상 작동했고, 할로겐 가스 1500㎏이 분사됐지만 초기 진화에 실패했던 이유다.
결국 불길이 잡히지 않자 현장 소방대원들은 연소 중인 배터리 모듈의 연결 전선을 해제하고, 물을 뿌려 연소물의 온도를 발화점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가연성 가스 생성을 억제해 불길을 잡았다.
진화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 |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오 의원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약제나 시스템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며 “현재 개발 중인 소화약제와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 또 다른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 당국은 관련 지침과 매뉴얼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분당경찰서는 21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서버실과 업무동 등에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MS 및 센터 서버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은 배터리 자체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났다면 사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테고, 이에 따른 기록이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경찰은 또 배터리 점검 내역, 안전 관리에 관한 자료도 압수해 조사하기로 했다.
반면 SK C&C 측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BMS 그래프는 화재 시점인 15일 오후 3시19분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안정적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이상 발생 시 관제실 등에 경고음이 울리지만, 이런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모·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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