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집행유예 기간 중 ‘취업제한 명령’ 처분을 내린 법무부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사실상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집행유예 기간이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본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7일 "취업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회장은 아들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회사 자금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1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고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 회장은 취업 승인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2020년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박 회장은 같은 해 6월 행정소송을 냈다.

특정경제범죄법 14조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금융회사 등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 및 그 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과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까지 취업제한 기한을 뒀다.

1심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를 취업제한 기간의 시기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을 취업제한의 효력이 소멸하는 기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을 취업제한 기간의 시기로, ‘그때부터 2년’을 효력이 소멸하는 때로 해석했다.
집행유예 기간이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박 회장은 취업제한 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법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취업제한 기간을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징역형의 선고유예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규정 내용과 체계,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종합하면,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 기간의 효력 소멸기한을 규정한 것으로 볼 것이고,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