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구청 직원들은 현장에 파견됐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는 아무런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고가 난 것을 언제 보고 받았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주민에게 오후 10시51분에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장에 공무원이 아무도 안 나갔냐"고 물었고, 박 구청장은 "배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청 공무원들에게 보고를 못 받았냐"고 묻자 박 구청장은 "못 받았다"고 인정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핼러윈 앞두고 부구청장이 대책회의를 주재한 이유를 묻었고, 박 구청장은 "저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며 “부구청장이 주재하겠다고, 관례대로 하겠다고 해서…”라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주민 야유회·바자회에 참석하느라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야유회는 아침이고 바자회는 점심이어서 딴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청장직에서 사퇴할 뜻은 없음을 내비쳤다.
박 구청장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현재 심경에 대해 묻자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장에 도착해서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드릴까 염려해 언론의 질문에 답변도 드리지 못했다.
죄인의 심정"이라며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박 구청장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구청장의 무한한 책임 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고 다시 묻자 박 구청장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만 답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전 경남 의령으로 출장을 간 게 개인적 용무 때문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당일 오전 6시께 용산을 출발해 오전 11시에 의령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2시께 의령군수를 만나 10분 정도 짧게 티타임을 했다.
이어 오후 4시께 의령을 출발해 오후 8시 20분께 용산에 도착했다.
박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다.
약속 시간을 먼저 잡고 내려갔다"며 개인 업무가 아닌 공무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