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특별회계 신설
학령 인구 줄어 1인당 교부금
2000년 180만 → 2023년 1450만원
최근 5년 초·중등 투자 28조↑
고등교육비는 2조7000억 늘어
초·중등계 “현재도 예산 부족”
정부 “결국 초·중등이 혜택 봐”
야당 반대… 법안 통과 힘들 듯
15일 정부가 발표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방안에는 대학이 고사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현재 교육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유·초·중·고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은 늘어나는 만큼 이를 대학에도 쓰는 것이 효율적인 예산 운용이라는 것이다.
 |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오른쪽)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초·중등 교육계는 “현재 예산도 부족하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는 “대학 여건이 개선되면 결국 초·중등생도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매년 걷히는 내국세 총액의 20.79%를 떼 교육예산에 배정한다.
교부금은 여기에 교육세의 일부(누리과정 지원분 제외)를 더한 것으로, 현재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 교육청 예산의 70%를 차지한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稅收)가 늘면 자동으로 교부금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교부금은 77조3000억원으로, 2000년(14조9000억원)보다 5.2배 늘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1인당 교부금은 같은 기간 180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7.9배 증가했다.
정부는 일단 교부금에 들어가는 교육세 중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에 지원하는 금액을 뺀 3조원을 대학에 쓴다는 방침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최근 5년간 초·중등 교육 투자는 28조원 이상 확대된 반면 고등교육은 2조7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인당 초·중등 공교육비는 1.4배 수준인데 고등교육비는 0.6배로 매우 낮다”며 ”유·초·중등과 고등교육 간 재정 칸막이가 50년째 유지돼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고 교부금 개편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증가한 재원으로 대학 재정 지원을 2배로 확충하고, 지역소멸위기 지방대학에 전폭적인 투자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립대의 노후 시설 교육장비도 전면 교체한다.
재정 지원에 목말랐던 대학들은 특별회계 신설을 반기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날 정부 발표 뒤 “특별회계 편성을 통해 대학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며 “정부와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고등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원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특별회계가 신설되려면 근거법인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 등 3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9월에 발의됐으나 국회 계류 중이다.
현재 초·중등계 반발이 커 법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부금 개편에 반대해 온 교육감들은 이날 “재정당국은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학급 수는 늘어 필요한 예산은 줄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교부금에서 3조원이 감소해도 초·중등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장 차관은 “교육청에서 안 쓰고 적립하는 교부금이 올해 19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조원을 뺀다고 (각종 사업을) 못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에서 돈을 빼서 고등으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라고 하지만 전체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용 차원에서 보면 그렇게 뺏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균형점을 찾는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특별회계는 고등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초·중등 학생이 자라 대학생이 되고, 대학의 재정운용 여건이 개선되면 결국 초·중등 학생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등록금 문제를 그대로 두고 유·초·중등에서 예산을 끌어다가 대학을 지원한다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의 원성이 높지만 등록금 인상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우회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왼쪽부터), 강민정,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교육부의 예산안과 관련 규탄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무소속 위원들은 이날 “정부가 법안 통과를 전제로 특별회계 세출 내역을 미리 발표하고 이를 심의해 달라고 소위 떼를 쓰고 있다”며 “교부금에서 3조원을 떼어가면서 국고 추가 증액분은 2000억원에 그쳤다.
현재처럼 야당을 무시하며 특별회계를 밀어붙인다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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