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긴장하지 말고. 화이팅!”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7시쯤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9)씨는 교문에 들어선 아들 공모군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아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던 박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박씨는 “착하고 성실한 아들인데, 애가 너무 떨고 있어서 걱정된다”며 “실수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세번째 치르는 수능일인 이날 전국 곳곳의 수험장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수험생과 응원을 나온 가족과 지인들로 붐볐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험장 주변의 응원전은 없었지만, 함께 온 가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응원하고 격려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수능을 치르는 아들을 배웅하러 나온 이모(46)씨는 검은색 염주를 손에 꼭 쥔채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씨는 “아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수학여행도 한번 못가봤다”며 “고등학교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수능이 어려웠다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며 “아들한테는 오는 길에 ‘쫄지 말고 평상시대로만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수능을 본 고3 수험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착용했던 세대다.
그래서인지 수험장에서의 방역정책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45)씨는 “시험을 앞두고 코로나19에만 걸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3년 힘들게 다녔는데, 오늘 시험을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에 설치된 코로나19 확진자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은평구 하나고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들을 위한 수험장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수능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은 부모님의 차량이나 보건소 지원차량을 통해 학교 앞까지 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벼운 옷차림으로 차에서 내려 곧장 입실했다.
이곳에 수험생을 바래다 준 학부모 A씨는 “일생 한번 있는 시험인데 몸이 안좋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시험 잘 보고 오라고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올해도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10분을 앞두고 가까스로 입실하는 수험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전 8시13분 개포고에선 한 학생이 “지하철을 거꾸로 타서 늦었다”며 다급한 표정으로 교문에 들어갔다.
오전 7시39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는 오토바이를 몰아 수험생을 데려다주는 학부모의 모습도 포착됐다.
경복고에선 오전 6시26분 일찌감치 도착했다가 수험표를 놓고와서 가까스로 입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험표를 두고 오거나 분실한 경우 오전 7시30분까지 시험장 본부를 방문하면 임시 수험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권구성·백준무·장한서·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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