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늘어나는 이자율에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법인파산 신청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게 주된 원인이다.
법인파산은 올해까지 정점을 찍고 부실기업이 정리되면서부터는 회생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다소 감소했던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9월 말 누계 기준 7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4건(9.495%)이나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말 법인파산 신청은 1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동안 정부가 기업에게 무이자 대출 등을 지원하면서 법인들의 도산 신청이 줄기도 했다.
법인파산 신청은 2020년 1069건(12월말 누계 기준)에서 2021년 955건, 법인회생 신청도 같은 기간 892건에서 71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유동성 대책이 부실 기업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파산 신청은 2019년 대비 2020년이 14.8%(138건) 증가했다.
반면 법인회생 신청은 같은 기간 11.6%(111건)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벌어서 부채를 갚는 것'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회생은 일부 부채를 가지고 영업을 꾸려 남은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선 결혼·여행 관련 기업의 폐업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늘면서 서초동 법조타운엔 업종 불문 중소기업들의 파산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까진 법인회생 문의가 많았지만, 올해 들어 파산 문의가 증가하다 연말을 앞두고 증가세가 거세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령 부채가 40억원에 달하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회생을 통해 부채를 탕감해도 남은 부채를 갖고 영업을 계속해서 잠정 부채를 조금씩 분할 변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조차 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요한 변호사(법무법인 태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업계 뿐만 아니라 원자재를 쓰는 제조업체들은 회생과 파산 문의가 많았다"면서 "고금리 기조로 들어서면서 원리금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변호사 비용 등이 부담돼 기업회생이나 파산을 상담하는 데 주저하는 중소기업도 상당수라는 게 변호사 업계의 전언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인파산을 하고 싶어도 변호사 자문비용과 법원의 예납금(파산관재인 보수)도 최소 몇 백 만원이 들어가 기업이 한계상황에 몰렸어도 변호사사무실에 상담하러 오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는 의뢰인들이 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경기불황일수록 기업들이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통상 법인파산까지 가려면 6개월 이상은 걸린다"며 "그동안 올라간 이자율이 덜 반영되도록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고, 일부 상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대한 지출을 줄여 자금 유동성의 경색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연말 회사들의 실적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4분기 실적에 따라 파산 위험이 있는 법인들의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로펌 소속 A변호사는 "(연말 실적 우려에) 많은 회사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고, 사업 규모도 줄이며, 인력 구조조정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