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른바 '대장동 사건 연루 인물' 중 일부가 법정 밖에서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취재진 앞이나 포토라인은 재판부 제재가 있을 수 없는 곳이다보니, '법정 밖 변호'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연일 이어지는 폭로를 근거로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다만 이미 구속 된 이력이 있고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진실을 밝히기 보다, 오로지 양형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 변호에 치중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했다.
이후 재판을 마친 후 중앙지검에 출석하다 취재진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검찰의 연출 능력이 형편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글쎄요. 캐스팅하신 분이 발연기를 지적하셔서 너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남 변호사는 "이 작품(대장동 사건)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도 말했다.
취재진이 추가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죄송하다.
고생하시라. 기사를 다 보고 있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남 변호사의 말은 이 대표의 공식석상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대장동 사건의 중심에 이 대표가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7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제가 전에 검찰이 창작 능력이 형편없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지금 보면 연출 능력도 참 형편없는 것 같다"며 "남욱이 연기하도록 검찰이 연기 지도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폭로 이유에 "내가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거짓 진술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생각은 없다"며 "단지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모두 떠안기는 싫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술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상대방들의 책임이 늘어나니까 그쪽에서 나를 안 좋게 보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남이 내 징역을 대신 살아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자신의 폭로는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게 아니라 하지 않은 얘기를 털어놓는 것일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내가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은 딱 하나(천화동인 1호 지분 관련)"라며 "나머지는 기존 조사에서 이미 했던 얘기거나, 전에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금 얘기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구속 수사 및 재판을 받으며 이 대표에 대해 함구하다 석방 직후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흔적같은 것은 다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다 밝혀질 것" 등 이 대표에 불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부정부패 흔적 지울 수 없어" '李 사법리스크' 키우는 국민의힘 대장동 사건 연루 인물들의 연이은 폭로가 나오는 가운데,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사법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8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집중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안하무인·안면몰수인 거야의 횡포는 처음 본다.
대선에서 지고, 지방선거에 참패하고,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손톱만큼도 반성하지 않는 자화상을 제발 거울로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 대표는 전대미문의 범죄 의혹 앞에서 '개딸'(개혁의딸) 뒤에 숨기 바쁘고, 대선 후보에 국회의원, 당 대표까지 철갑의 방호복을 비싸게 입었지만, 부정부패의 흔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기 변호를 목적으로 한 폭로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법정 밖에서 본인들 하고 싶은 주장 다 하겠다는 태도"라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등 신빙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법정에서도 같은 진술을 하겠지만, 결국 자기 생각 등을 더 많이 외부에 알리는 효과를 낼 수 있지 않나, 또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공방을 주고 받는 점에서, 한동안 (법정 밖) 폭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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