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와 맞댄 伊 람페두사섬
지난주 초 사흘간 8500명 몰려
2023년들어 전국서 12만7000명 유입
伊총리 “난민 수용 과중한 부담”
EU 집행위원장과 현지 방문도
난민 수용 협정 잠정 합의 불구
폴란드·헝가리 반대 잇단 불화
이탈리아 최남단 시칠리아 람페두사섬은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한 바다로 유명한 휴양지다.
17일(현지시간) 이곳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데리고 나타났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프리카 이주민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여겨진 지 오래된 람페두사 현실을 EU 행정부 수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올해 유럽에 전례 없는 이민자 행렬이 몰려들면서 이민자 분배 문제를 두고 EU 회원국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 伊 최남단섬 밀입국한 아프리카 이주 난민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람페두사섬에 밀항한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17일(현지시간) 난민 등록 서류를 받기 위해 이탈리아 적십자사의 운영센터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앞에 모여 있다.
이탈리아 최남단인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 연안에서 불과 145㎞ 거리에 위치해 유럽에 입국하려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주요 기착지로 꼽히며, 최근 사흘간에만 8500명의 난민이 유입되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이날 이곳을 방문했다.
람페두사=로이터연합뉴스 |
람페두사섬은 11∼13일 사흘 동안 섬 인구 6000명보다 많은 8500명의 난민이 몰려 대혼란을 겪었다.
전국적으로는 올해에만 지난해의 2배가 넘는 12만7000명이 유입됐다고 이탈리아 내무부가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와 맞댄 이탈리아가 유럽 내 난민 수용에 대해 과중한 부담을 지고 있다며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섬에서 그는 “(이민자) 위기가 이탈리아 국경 내에서 해결될 거라고 본다면 이는 큰 착각”이라며 “(EU 국가로의) 분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망명 신청자들의 신속 추방과 브로커 단속을 약속했다.
지난 6월 EU는 회원국 인구 및 경제규모에 따라 난민 신청자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수용하게 하고, 이를 거부할 시 기금을 납부하는 내용의 협정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폴란드·헝가리 등이 이에 계속 반대하고 있고, 다른 회원국 사이에서도 각국이 난민에 대한 부담을 동등하게 지지 않는다는 점에 항의하면서 불화의 씨앗이 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동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는 지난해 2만2190건의 망명 신청을 처리했는데, 이는 인구 100만명당 2만4119명꼴로 난민을 받은 것이다.
독일은 100만명당 2892명을 수용하는 데 그쳤다.
헝가리는 고작 100만명당 4.7명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EU 내 불법체류자는 약 108만명에 달한다.
1년 전에 비해 5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급증한 이민자에 비교적 수용에 너그러웠던 EU 회원국 성향도 바뀌고 있다.
독일은 13일 회원국 간 협력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에서 이주민 3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이틀 뒤 재개를 선언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달 독신 남성을 더 난민 보호소에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최근 자국 대법원 판결에 제동이 걸렸다.
EU를 탈퇴한 영국에서 제1야당 대표가 집권 시 EU와 국내로 난민을 적절히 분배하는 협약을 맺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반발이 크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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