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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조리장에서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더라도, 발병 전 평균 업무시간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았거나 주 52~60시간을 넘지 않았다면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不)지급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2년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해오다 2020년 7월 예식장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A씨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며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의 업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등을 지급할 수 없다고 처분했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업무로 인한 압박뿐 아니라 근무시간 중 1000도가 넘는 고온의 주방과 식자재가 있는 냉동창고를 오가며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었고, 사측 권유로 휴일에도 학원에 다녔다며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주방 온도가 일반적으로 1000도를 넘는다고 보기 어려우며 A씨가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학원에 다닌 것은 맞지만 회사가 이를 강제하진 않았고 개인 연습공간과 자재 등을 제공하는 등 자기 계발을 지원했다고 봤다.
법원도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려면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한다"며 A씨는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전 주간 업무시간은 34~36시간 사이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혈압,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뇌출혈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고 흡연·음주 습관이 좋지 않아 평소에 적절하게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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