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안전불감
역대 최대 관람객 몰려 인산인해
서울공항 주변도로 모두 통제돼
셔틀버스만 운행… 혼잡도 최악
출입도로 미구분… 오도가도 못해
“시간대별 입장 했어야… 관리 미흡”
좁은 통로에 몰린 인파 관리 실패로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오는 29일 1주기를 맞는다.
서울 도심에서 이런 대규모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은데, 수도권의 한 박람회장에서 또 한 번 악몽이 연출될 뻔 했다.
주말인 지난 21∼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2023’(ADEX·아덱스) 행사장에서다.
올해 아덱스에는 그간 대중에게 선보인 적 없는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 등이 공개돼 역대 최대 규모의 관람객이 몰렸지만, 시민 통행과 안전 관리에서 미흡한 모습이 나타나 많은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전문가들은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밀집도가 높아져 인파사고가 발생하기 쉬운데 이번 행사는 이 점에서 위험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 전시장이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
22일 성남 서울공항 주변 도로 길가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아덱스에 방문하려는 시민들은 차를 수인·분당선 모란역 인근에 주차한 뒤 걸어서 행사장까지 이동해야 했다.
모란역·판교역과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주최 측이 운행하면서 일반 차량은 다니지 못하도록 주변 도로를 모두 통제했다.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 가족 단위 방문객 등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모란역 주변은 이미 혼잡했다.
아덱스는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로 손꼽히는 행사로, 지난 17일부터 서울공항에서 개최됐다.
17일부터 20일까지 항공우주·방위산업 종사자 위주로 진행한 뒤 전날부터 이틀간 일반인도 입장 가능한 ‘퍼블릭 데이’로 운영했다.
이날 셔틀버스에서 내리거나 주변에서 걸어온 관람객은 행사장 출입구 양쪽으로 마련된 대기줄에 길게 늘어섰다.
전날은 혼잡이 더 심했다.
오전 9시30분 개장한 직후부터 많은 사람이 몰렸다.
행사장을 들어가는 길과 나가는 길이 제대로 나뉘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날 아덱스를 방문한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A씨는 “오전 9시30분에 들어가 1시간30분 정도 관람한 후 출구로 나와 셔틀버스 정거장으로 걸어가려는데 퇴장하는 사람을 위한 별도 통로가 확보되지 않았더라”며 “엄청난 입장 인파에 휩쓸려 10분 이상 오도 가도 못했다”고 말했다.
 |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 '2023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행사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성남=남제현 선임기자 |
이어 “어린 아이를 데려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넘어지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무서웠다”고 밝혔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인파 관리는 효과적인 현장 통제로 인파를 시간대별로 끊어서 입장시키고 순환·분산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번 아덱스 현장 모습을 보면 관리가 매우 미흡하고 위험한 수준”이라며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관리 허점이 노출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남=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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