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연금 개편방안 발표
“인상 불가피” 원론만 담은 채
보험료·소득대체율 제시 못해
국회서 공론화 거쳐 수치 결정
총선 전 개혁안 마련 불투명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 수치와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 비율) 조정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국민연금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향후 국회와 함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구체적 수준을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5년마다 1살씩 높아지는 수급개시연령(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과 의무가입상한연령(59세)을 추가 조정하는 문제도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5년 전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졌는데도 알맹이 없는 정부 개혁안이 나오자 ‘인기가 없더라도 임기 내 연금개혁을 해내겠다’고 천명했던 윤석열정부의 개혁 의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보건복지부가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종합운영계획은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보장성 관련 지표인 소득대체율에 관해서는 "조정 검토"라는 신중한 표현을 쓰며 보장성 강화보다는 재정 안정에 무게를 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다층연금체계 재정립) 논의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재정안정을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명목소득대체율(40%) 상향에는 미래세대 부담을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대신 연금 가입기간을 확대해 실질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연금개혁 방안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수치 등을 담은 4가지 개편방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란 지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법에 따라 장기재정 균형을 위한 제도 개편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사실상 아무런 내용도 담지 않았다”며 “국회 논의와 공론화 과정도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논의는 정부가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숫자)개혁, 국회는 구조개혁을 맡아 투트랙으로 진행해왔는데 정부는 모수개혁 논의조차 국회에 넘겼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하는 국회가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연금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회의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연금특위는 이미 총선 이후인 내년 5월까지 활동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총선 이후에도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개혁 논의가 탄력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에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년보다 청년의 인상 속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은퇴 시 기대수명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 급여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 차원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노령연금 수급자의 연금액을 감액하는 제도는 폐지를 추진한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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