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6일 만에 이집트로 국경 넘어
"7년 살았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
장작 피워 만든 음식·통조림 연명"
“이스라엘군의 대피 경고를 듣고 나니 소리 없이 폭격당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다.
빨리 나가야겠다고 판단했다.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진행 중인 가자지구에서 양측 충돌 26일 만인 2일(현지시간) 라파 국경을 넘어 탈출한 한국인 최모(44·여)씨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부 칸유니스로 향하던 공포의 피란길을 이같이 회상했다.
한국으로 귀화한 팔레스타인계 남편(43), 큰딸(18), 아들(15), 막내딸(7개월)과 가자시티 해변 아파트에 살던 최씨는 공습이 격렬해지자 주택가에 있는 시댁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거처를 옮겼다가, 결국 남부로 피신해 출국을 시도했다.
 | 피란길 회상하는 한국인 가족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유일한 한국인 가족인 최모(44·오른쪽)씨와 남편, 자녀들이 2일(현지시간) 이집트로 탈출한 뒤 카이로 모처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현지 상황과 심경 등을 밝히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
칸유니스에서 라파까지 다섯 번을 오가며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는 최씨는 “TV로 보는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며 “7년을 (가자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전기·연료가 다 떨어져 어지간한 일은 다 낮에 처리해야 했으며, 장작을 피워 만든 음식과 통조림으로 버텼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기 인원이 많아 언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국경 개방 이틀 만에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최씨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대한민국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가자지구에 남은 가족, 친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기갑·보병 전력으로 에워쌌다고 밝혔다.
가자시티를 고립시킨 채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한 시가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주의적 차원의 일시 교전 중단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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