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 생도들, 포츠머스에 입항
韓·英 수교 140주년 맞아 방문
93세 버트씨 등 8명에 감사패
“英은 혈맹 같은 나라” 우정 기려
“영국은 6·25전쟁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한 혈맹 같은 나라입니다.
”
이역만리 한국에서 온 해군 지휘관의 소개에 영국인 참전 노병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영국 잉글랜드 항구도시 포츠머스에 정박한 우리 해군 함정은 두 나라의 오랜 우정을 기리는 우렁찬 함성으로 뒤덮였다.
 | 윤여철 주영 한국대사(오른쪽)와 조충호 해군 순항훈련전단장(왼쪽 두 번째)이 영국인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
4일(현지시간) 해군에 따르면 해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을 태운 훈련함 ‘한산도’와 군수지원함 ‘화천’이 이날 포츠머스에 입항했다.
지난 8월28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을 떠나 세계일주 원양 항해훈련에 나선 뒤 여섯 번째 기항지다.
올해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자 한·영 수교 140주년이란 점을 기념하고자 특별히 택한 곳이다.
포츠머스항 입항 후 선상에서 윤여철 주영 한국대사, 조충호 해군 순항훈련전단장(준장), 영국 해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셉션이 열렸다.
브라이언 버트(93)씨를 비롯한 영국인 6·25전쟁 참전용사 8명도 함께했다.
사회자가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자 선상에선 박수와 환호가 울려퍼졌다.
조 전단장이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이렇게 발전하도록 도와준 분들”이라고 말할 때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해사 생도들은 영국에 머무는 동안 런던을 방문해 영국군 6·25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영국은 6·25전쟁 당시 한국에 연인원 5만6000여명의 장병을 파병했는데, 이는 미국에 이은 2위 규모다.
참전용사 중 1170여명이 전사했고 그 대부분인 890명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한편 순항훈련전단은 애초 3일 포츠머스에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며칠간 서유럽을 강타한 폭풍 ‘시아란’ 때문에 하루 지연됐다.
높이가 5에 달하는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다 보니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한 생도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침실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배가 파도에 들렸다가 곤두박질치는 게 느껴졌다”며 “장교가 되면 비상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서 지휘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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