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포장, 깔끔한 거래, 개인정보보호’
불법 약물 판매처의 홍보 문구다.
포털에 ‘수험생 약’, ‘구매’ 등을 검색하자 불법 약물을 거래하는 사이트가 나왔다.
사이트에는 판매자의 소셜미디어 아이디가 적혀있었다.
일반인도 검색 몇 번에 불법 유통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를 유혹하는 불법 유통 약물이 극성이다.
‘공부 잘하는 약’, ‘수험생 영양제’ 등의 이름을 붙여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특히 국내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사용하는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제품을 집중력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불법 판매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10일 기자가 직접 2개 아이디에 약물 구매를 문의했다.
약물은 각각 애더럴(Adderall)과 콘서타(Concerta) 등이다.
암페타민은 미국에서 애더럴이라고 불린다.
암페타민 계열 약물로 ADHD 증상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나 국내에선 금지 약물이다.
메틸페니데이트를 원성분으로 하는 콘서타 역시 ADHD 치료를 위한 약물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금지 약물인 암페타민 계열과 다르게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불법 유통되는 약품을 구매하면 불법이다.
황준원 강원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전문의약품 판매를 일반인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고 설명했다.
구매 문의에 두 판매자는 동일하게 “몇 미리(㎎) 필요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온라인 검색 후 대략적인 수치를 말하자 ㎎과 개수에 따른 가격을 제시했다.
판매자 A씨는 “18㎎ 30정 26만, 60정 45만원이다”고 설명했고, 판매자 B씨 역시 “10㎎ 1통 30정 28만, 20㎎ 35만”이라고 답변했다.
두 업체 모두 택배나 퀵으로 배송한다.
한 업체는 “최근 이체나 코인은 안받는다”면서 모바일문화상품권(컬쳐랜드상품권)으로 결제하길 희망했다.
판매자 2명의 계정 모두 해외계정으로 경고 알람이 떴다.
각각 중국과 캄보디아로 해외 가상번호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 지난 10일 판매자 2명에게 불법 유통 약물 구매를 위해 문의하자 ㎎과 개수에 따른 가격을 제시했다.
김지호 기자 |
이러한 실태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 16~31일 이러한 학부모와 수험생의 심리를 이용한 식품·의약품 온라인 부당광고와 불법 판매 행위에 대한 집중점검을 시행했다.
식약처는 식품 등의 부당광고 게시물은 182건, 의료용 마약류 메틸페니데이트 불법유통·판매 게시물을 200건 적발했다.
식약처는 적발한 게시물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관할 행정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제품의 온라인 광고, 불법행위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조치할 계획이다”면서 “온라인 불법유통 사례 발견 시 국민신문고로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면 검토 후 폐쇄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약물의 다이버전(Diversion)을 우려하면서 ‘공부 잘하는 약’이란 없음을 강조했다.
다이버전은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약을 제대로 먹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빼돌리는 것을 뜻한다.
황 교수는 “일반인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약물이나 전문의약품을 유통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해당 약물은 환자에게 효과가 뚜렷하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불면 등의 부작용만 나타날 뿐이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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