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도로 점용 탓 참사 피해 ↑
임차법인 등 각 800만원씩 선고
인근 라운지바 대표도 500만원
유족 “도로법 관련 무죄 아쉬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건물을 불법 증축한 해밀톤호텔 대표와 인근 주점 관계자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참사 발생 1년1개월 만에 나온 관련 재판의 첫 선고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9일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76)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호텔을 운영하는 법인 해밀톤관광에도 동일한 액수의 벌금을 선고했다.
 |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없이 점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 씨가 29일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씨 측은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 구조물을 세운 뒤 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올해 1월 불구속기소됐다.
세로 약 21m, 폭 약 0.8m, 최고 높이 2.8m의 철제패널 재질 가벽을 세워 건축선을 약 20㎝ 침범하고 도로를 좁게 해 교통에 지장을 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이 가벽 탓에 참사가 발생한 골목 폭이 더 비좁아지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도로법 위반은 일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호텔 뒤편에 테라스 형태의 건축물을 불법 증축해 도로를 변경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참사가 일어난 호텔 서쪽에 가벽을 설치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 위반의 고의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2010년 이전부터 비슷한 가벽이 있었는데 가벽이 건물 건축선을 침범해 문제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씨 측도 이를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건축법 위반 혐의 역시 가벽이 호텔 벽면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할 구청에 신고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해밀톤호텔 서쪽 철제패널 부분의 건축법, 도로법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호텔 별관 1층과 2층 뒤쪽에 각각 테라스 등 건축물을 무단 증축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주점 프로스트 대표 박모(43)씨와 라운지바 브론즈 운영자 안모(40)씨에게는 각각 벌금 100만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서 관련자 5명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 경찰 정보라인 관련자 3명 △박희영(62)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련자 4명 △최재원(58) 용산구보건소장 관련 등이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검찰에 넘긴 피의자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조희연·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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