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와 한류 유입을 위기로 규정한 북한이 11년만에 어머니대회를 열고 ‘모성 동원’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4일 전국에서 1만명이 참가한 제5차 전국 어머니대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연설한 개회사도 보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직접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에서 개막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했다고 4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이날 김 위원장은 “항상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들을 만나 참으로 감격스럽다”며 “애오라지 자식들의 성장과 조국의 부강을 위해 심신을 깡그리 바치며 거대한 공헌을 해오신 어머니들께 가장 뜨거운 경모의 마음으로써 삼가 인사를 드린다”고 치하했다.
“감성 연설’을 표방하면서 “숭엄”, “경건”, “존경” 등 극진한 표현을 썼다.
또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일구월심 나라를 받들고 가정을 지키느라 근심걱정 놓은 적 없었을 테고 언제한번 편히 허리펼 새도 없었을 어머니들”, “연약한 두어깨에 감당키 어려운 무거운 짐을 지고 스스로 선택하여 떠난 그 길에 사심없이, 대가없이 진정을 바친 분들, 때로는 힘들고 지쳐도 깨끗한 양심에 항상 떳떳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려온 분들”, “오만가지 걱정으로 남몰래 애를 태우면서도 언제나 소박한 웃음으로 난관을 이겨낸 강인한 분들” 등 어머니들의 희생과 모성의 가치를 강조해 묘사했다.
또 “나 역시 당과 국가사업을 맡아하면서 힘이 들 때마다 늘 어머니들을 생각한다”며 “우리의 사회주의 대가정을 꿋꿋이 지켜내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한류유입 가정에서 통제
그는 “사회적으로 놓고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고 가정의 화목과 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문제도, 건전한 문화도덕생활기풍을 확립하고 서로 돕고 이끄는 공산주의적 미덕, 미풍이 지배적 풍조로 되게 하는 문제도 그리고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보육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모두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들 모두의 집안의 일”이라고 말했다.
‘비사회주의적 문제’ ‘건전한 문화 기풍’ 등은 남한 드라마·영화 등이 유입되고 남한식 말투가 퍼지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엔 김정일 체제에는 남한 음악, 영화, 드라마에 경계심이 크지 않았으나 최근 주민들의 ‘남한화’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가정을 통한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어머니대회를 두고 “당대회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북한 역시 출산률 저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저소득국가는 출산율이 높다는 일반적 경향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3일 수도 평양에서 성대히 개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북한의 인구성장률을 0.34%, 합계출산율은 1.79명으로 추정된다”며 “2002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3년 올해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12.2%로 추정돼, 2028년 고령사회, 2039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 원인으로는 1990년대 고난의행군 당시 한차례 출산율이 급감했고, 생계곤란으로 여성의 비공식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북한에서는 각 가정마다 여성들이 가정의 수입을 위해 장마당, 되거리장사 등 비공식 시장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농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인 북한으로서는 경제 성장을 위해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다자녀가구 혜택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정된 재정을 감안하면 평양에 한정되거나 선전활동과 연계하는 미봉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주애 후계’도 관련?
모성을 강요하고 전통적 어머니상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 흐름에 뒤쳐진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등의 말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해짐에 따라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은 더 높아지고 있으며 어머니들의 공헌 몫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딸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 조짐이 포착되면서 연계된 행보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어머니대회는 약 7년 주기로 열렸으나 코로나19로 중단된 뒤 이번은 11년만”이라며 “젊은 세대의 이념적 이탈을 막고 가정교육을 강조하면서 체제 공고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 문제를 다룸으로써 정상국가 지도자상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최근 김주애 우상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며 “후계구축을 위해 정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후처 소생인 김 위원장이 친모에 대한 우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머니 전체에 대한 존경심과 강조해 후계구도에 있어 혈통의 완전성을 정립해나가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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