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기간제교사가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올해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실제 고인에게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협박, 폭언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사 A씨의 사망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지난 7월 27일 종로구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 앞에 6개월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사립초등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
A씨는 지난해 3∼8월 서울 종로구 상명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에서 기간제 담임 교사로 근무했고, 올해 1월15일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 7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찾아와 자신의 자녀도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A씨 사망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A씨는 유족 주장대로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던 중 담임 업무를 맡아 빈번하게 초과근무를 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명대부속초교는 담임 교사들의 휴대전화 개인 연락처를 학부모들에게 공개해 A씨는 주말과 퇴근 후 밤시간에도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을 개인휴대전화로 응대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 양쪽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게 됐는데, 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쪽 학부모가 다른 학생의 사과를 요구하고, 한 학생의 아버지는 고인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학부모의 비난과 항의로 괴로워했고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고인의 사망은 병적 행동으로 인한 것으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인은 사망 직전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9월 4일 울산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집회에 참석한 동료 교사들이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고인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전자기기에 대한 포렌식을 통해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감사팀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며 "그로 인해 두려움, 무력감, 죄책감, 좌절감 등의 부정적 정신감정 상태에서 우울증 진단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A씨가 근무 중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학교 측의 방관과 지원 시스템 부재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가중돼 A씨가 업무상 질병을 얻고 사망했다는 입장이다.
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폭언, 협박을 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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