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계산 기준 방식 첫 제시
12시간 연장근로, 1주 초과 전제
원심 ‘1일 초과 합산’ 판단 뒤집어
정부 행정해석·지도 수정 불가피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했는지 따지려면 1주의 총 근로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40시간) 초과분만을 계산하는 게 맞는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야근이나 밤샘을 반복해도 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7일 파기환송했다.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 대표인 이씨는 2013년 9월부터 3년간 일한 근로자 A씨에게 한도를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1주간 12시간 한도를 초과한 게 2014년 48회, 2015년 46회, 2016년 36회 등 총 130회(130주)라고 판단했다.
1·2심은 이 중 109회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 법원은 1주 근로시간 중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합산해 연장근로시간 구했다.
여기서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연장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새 판단을 내놨다.
하루에 몇 시간을 근무했는지가 아니라 1주간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적용된 구 근로기준법(제53조 제1항)이 정한 12시간의 연장근로는 ‘1주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해석했다.
이런 계산법을 적용하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109회 중 3회는 연장근로 한도 초과로 볼 수 없다.
일례로 A씨는 2014년 4월 셋째 주에 4일간 총 49시간30분을 근무했다.
하루 연장근로 시간은 15일 4시간, 16일 3시간30분, 17일 6시간30분, 20일 3시간30분으로 합산하면 17시간30분이다.
1·2심의 계산 방식으로는 1주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초과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단으로는 총 근로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뺀 나머지는 9시간30분에 지나지 않아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장근로 한도를 계산하는 방법에 관해 하급심 판결이나 실무에서 여러 방식이 혼재하고 있었다”며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최초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측은 이런 계산 방식이 반드시 연장근로를 과소 계산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내놨다.
만일 월∼토요일 하루 10시간씩 총 60시간 일한 근로자가 있다면 하급심 계산법으론 연장근로 시간은 12시간(2시간씩 6일)이 된다.
반면 대법원이 제시한 방식으론 20시간이 인정된다.
이 경우 사용자에게 금전적 부담이 될 수 있어 연장근로가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해석·지도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합이 12시간을 초과하는지와 일주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12시간이 넘는지를 모두 위반 기준으로 봤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간호사 등 보건업종, 경비 업종, 24시간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공장 등은 이제야 그나마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환영했다.
반면 노동계는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했다”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현장에 자리 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 방식과도 배치된다”며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 보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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