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 버스 기사가 버스 안에 홀로 탑승해있는 20대 여성 승객을 두고 종이컵에 소변을 봤다.
이에 여성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버스 기사에 대한 처벌은 '반성문 한 장'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중앙일보는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8시 25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역에서 양재 베드로 병원으로 향하는 3300번 시흥교통 버스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 대부분은 역삼역 인근에서 하차했고, 버스 안에는 A씨와 70대 운전기사만 남게 됐다.
이때 버스를 운행 중이던 기사는 "아가씨 뒤돌아보지 마"라는 말을 남긴 뒤 종이컵에 소변을 봤다.

A씨는 버스 기사가 소변을 보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소변을 보는 '졸졸졸'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종이컵에 담긴 소변을 밖에 버린 뒤 자리로 돌아온 버스 기사는 A씨에게 "아가씨 어디 살아?"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A씨는 버스에서 하차할 때쯤 "아저씨 방금 뒤에서 뭐 하셨느냐"라고 물었고, 버스 기사는 "부끄러운 짓 좀 했다"라고 답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버스 안에는 버스 기사와 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고,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사건 직후 A씨는 시흥시청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시흥시 차원에서 별도의 조치는 어렵다", "소변을 본 행위로는 형사처벌은 어렵다" 등이었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경찰서를 찾아와 문의한 것은 사실이며, 법적 조치가 어렵다는 조언을 해준 것도 맞다"라면서도 "A씨의 요청대로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적용해주었고, A씨가 만일 고소를 진행한다고 하면 공연음란죄로 사건을 접수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시흥교통 측은 "버스 기사 모집이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70대 버스 기사가 70% 이상"이라며 "기사가 고령인데다 버스 운행구간이 2~3시간 사이로 길어서 기저귀라도 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운전기사도 인정해 반성문을 회사에 제출했다"며 "해당 기사는 기존 노선에서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법상 공연음란죄의 경우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과다노출을 하거나 자위 등 음란행위를 한다면 처벌될 수 있다.
이는 성도덕이나 사회의 선량한 성풍속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반드시 누군가가 상황을 목격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인식 가능성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음란행위 수준을 넘어선 과다 노출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준 경우에는 공공장소 과다노출로 간주되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