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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으면 누가 책임지나”… ‘생명의 위협’에 떠는 환자들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4-26 21:00:00

대형병원 교수들, 주 1회 진료·수술 중단
병원 전체가 ‘문 닫는 일’ 없다고 강조해도
진료 일정 조정 등에… 환자들 불안 가중
“진료 취소되느냐”… 병원에 문의 쇄도 중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소속 교수들이 일주일에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최후의 보루’로 의료 현장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이 수술을 멈출 경우 ‘의료 공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애꿋은 환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빅5 교수들 일제히 “하루 쉬겠다”…중증·응급·입원환자 진료는 유지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이미 일주일 중 하루 휴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 위원회는 오는 30일 하루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한다.
정기 휴진 여부는 내달 출범하는 3기 비상대책 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주 금요일인 내달 3일에 진료과별 상황에 맞춰 일반 환자 진료와 수술을 멈춘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내달부터 ‘주 1회 금요일’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 의대 교수의 심경을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주 1회 휴진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한다.
뉴스1

이로써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5월의 첫 금요일인 내달 3일에 사정에 맞춰 휴진할 전망이다.
내부 설문 결과 주 1회 휴진에 대한 찬성률은 83.8%에 달했다.

이도상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장기간 지속하는 비상 상황에서 교수들의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환자 안전을 위한 결정” 이라며 “원칙적으로 금요일 휴진을 권고하나, 의료진의 상황에 따라 다른 요일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요 대형병원 등은 교수 비대위에서 주 1회 휴진을 결정하더라도, 병원 전체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 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지역 병원에서는 이날 예고했던 ‘주 1회’ 휴진이 시작됐지만,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한 데 따라 진료와 수술은 큰 차질 없이 이뤄졌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6일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교수 휴진·사직 예고에 ‘진료 조정’…일부선 정상 진료도

‘빅5’ 소속 교수들이 일제히 하루 휴진을 예고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교수들의 휴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병원에는 환자들의 ‘진료 취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30일 진료인데, 하루 휴진한다고 연락이 와서 일정을 변경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했다.

유방암 수술을 준비중인 50대 김모씨는 “교수 사직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교수가 전공의보다 더 중요하지 않으냐” 며 “저희 담당 교수가 오늘은 있어서 다행이지만 언제 교수들이 떠날지 몰라서 걱정이다”고 불안해했다.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자주 찾는다는 60대 이모씨는 “집에 있다가도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오면 응급실을 찾는다”며 “응급실도 이제 중증 환자 아니면 안 받아주고 있어 너무 불안하다.
이러다 죽으면 누가 책임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보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는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진료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의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을 찾은 50대 박모씨는 “(오늘은) 1년에 한 번 오는 외래 진료 날”이라며 “의료 파업 이후 처음 왔는데 1시간이 넘어도 대기명단에 이름이 안보인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뇌경색 약을 처방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온다는 60개 이모씨는 “중증 환자는 돌본다고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막연히 불안한 느낌이 든다”며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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