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의료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더 이상 의료가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지속적으로 평가해 국민께 알려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한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이들은 전날 서울고법이 의대 2000명 증원·배분 결정처분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해온 관치 의료를 종식하고,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 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라며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을 ‘교육 농단’이라고 표현하며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하고 이는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지만, 오히려 이 결정으로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될 학생과 전공의, 그리고 현재 진료를 하는 교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기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재판에서 정부가 실제로 제출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00여차례가 넘는 의견 수렴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제출한 회의록은 ‘2000명’을 선언한 당일 회의록 하나뿐이고, 나머지 자료는 극비 처리 내지 편집본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 조사나 수요 조사 결과를 과학적 숫자라고 우기고 부실한 실사를 하고 ‘모든 의과대학이 증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거짓 보고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에 △수요조사 당시 교육부와 학교, 학장과 대학본부, 교수협의회의 소통 내용과 공문 공개 △의학교육 점검 평가 및 실사 과정과 보고서 전체 공개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상충 여부, 배정 과정 회의록 공개 △정원 배정 후 각 학교 학칙 개정 과정과 결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칙 개정 관련 공문, 최소 수업 일수 변경 여부 공개를 요구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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