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전환기정의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재중탈북민 동향 관련, “중국을 벗어나려는 탈북민 10명 중 8명이 체포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20일 밝혔다.
수교 75주년 기념 친선의해를 맞아 북·중밀착이 강화되면서 양측 정부 간 합의에 따른 북송이 진행 중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인도적 활동으로서 사명감이 아닌 돈만 보고 일을 맡는 무책임한 탈북민 구출 브로커까지 활개를 치면서 위험이 커졌다고 한다.
특히 다큐 ‘비욘드유토피아’에서 중국 내 탈북민 구출 과정을 노출시킨 것도 위험을 가중시켰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4·26북송 내용은.
“4월 26일 저녁 중국에서 탈북민 최소 61명이 세 경로로 북송된 걸로 파악했다.
4월 11∼13일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이끈 중국 당·정 대표단이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차 방북한 뒤에 이어진 조직적인 북송 재개다.
중국 대표단이 방북때 탈북민 송환에 협조하라고 요구했고 북한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이 요구하고 북한이 수용하는 형식인 이유는.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오래 산 주민들이 돌아와 외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이미 실종, 사망 처리했는데 돌아오면 골치아프게 된다.
단지 코로나19 봉쇄때문에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송환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요구해서 이루지는 것이다.
중국이 이들에게 쓴 비용도 북한에 요구한다.
코로나19 국경봉쇄로 누적된 인원이 수백명이니 비용도 커졌다.
북한이 돈을 못낸다고 하고 안받다가 지금은 돈도 받지 않기로 하고 보낸다.
북한에 이미 집도 절도 없는 이들이 돌아와 부랑자가 되어 외부세계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안돌아오는게 좋고, 받으면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거나 강제노동시설에 가두는 것이다.
”
- 4·26 북송 이후 탈북 동향은.
“재중 탈북민의 남방 경로, 북방 경로로 이동 중 80% 정도가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는 무책임한 브로커가 베트남 근접한 곳에서 탈북민 30∼40명을 모아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상황에 빠진 것으로 파악했다.
”
-그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브로커’들이 최근 활개를 치고 있다.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수십명을 대놓고 위험하게 옮기다 노출되고 체포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선교회가 이들을 통해 탈북민을 이동시켜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런 브로커들은 탈북민을 옮기다 체포돼 빼앗긴 사실도 의뢰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기도 한다.
브로커가 두곳 이상 단체나 선교회에 중복으로 돈을 청구해도 의뢰한 측에서는 알기 어렵고, 데려온 탈북민을 여러 곳에 각각 인사를 시키니 각자 자기 기관이 구조한 탈북민으로 믿게 된다고 한다.
또 대부분 체포된 것은 숨기고 소수를 중국에서 빠져나가게 한 것만 내세워서 계속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
-현 상황을 알리는 이유는.
“지난해 8∼10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전후 대규모 북송이 있은 뒤, 약 6개월간은 국제사회 주목과 비판때문에 대규모 및 여러 경로의 동시 북송은 없었다.
중국 공장 소요사건을 제외하고는. 탈북민이나 수감 형기를 마친 경우에는 주로 단둥-신의주를 통한 수 명 또는 십여명 소규모 북송이 수시로 이뤄졌기 때문에 외부에 포착이 되거나 언론 보도도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4·26 북송은 여러 경로로 동시에 북송이 이뤄졌고 지난 반년간에 비해 규모가 확인될 만큼 큰 북송이었다는 점에서 북·중 간 합의에 따른 체계적 북송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남방(동남아), 북방(몽골) 경로로 이동하는 탈북민들이 여러 곳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있어 체포와 북송이 계속될 전망이다.
‘비욘드 유토피아’ 다큐가 나온 이후 질 나쁜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동남아 방향과 몽골 방향 이동 중 체포되는 경우가 많다.
재북 가족, 친척을 도우려는 탈북민들뿐만 아니라 단체들도 각별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
-중국이 탈북 루트까지 콕 집어 단속하는데.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가 중국 땅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다큐 상영 이후 중국 반응이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체포 소식을 들어보면 한두명, 두세명 단위가 8∼10명이 한꺼번에 잡힌다.
그렇게 모아 두었기 때문에 잡힌 것인데 대놓고 옮기다 체포돼도 책임을 지지않고 돈만 보고 이 일을 하는 브로커들의 행태다.
재북 가족을 둔 국내 탈북민과 구출 단체들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다.
재북가족을 데려오려 할 경우 마음이 조급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꼭 알려야하는 상황이다.
‘비욘드 유토피아’가 탈북 루트, 탈북 과정을 노출하면서 흥행하고 미국 투어까지 하면서 후원금을 쓸어모으는 상황이다.
후원금은 이 돈으로 몇사람이라도 데려오라는 거잖나. 그러니 몇몇이 무리하게 움직이는거다.
현장 브로커가 잡히거나 탈북민들이 잡히더라도 그저 한두명이라도 성공시켜 데려오라는 요구를 한다는 거다.
위험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
2000년대에도 KBS, MBC가 중국에 카메라를 들고 가 탈북 루트를 헤집고 다니면서 더 위험해진 역효과가 났다.
당시 방송국 PD들은 상을 받았지만 현장은 쑥대밭이 됐다.
현재 ‘비욘드 유토피아’ 상영 투어도 파장과 부작용이 너무 크다.
”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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