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최태원, 노소영에 재산 분할”
SK지분 인정 안 한 1심 판결 뒤집혀
2심, 위자료 20억 등 판결
재판부 “노소영, 재산증식 기여”
盧 비자금, SK사업 활용 인정
재산분할 비율 ‘崔 65% 盧 35%’
최태원 회장 유책 행위도 비판
崔측 “편파적인 판결”… 상고 방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4조원대 재산 중 1조380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와 혼인 관계를 파탄낸 최 회장의 책임을 인정하며 재산분할 및 위자료 액수를 1심보다 20배 넘게 늘렸다.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노 관장)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왼쪽은 법정 출석하는 최 회장, 오른쪽은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노 관장. 연합뉴스 |
이번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노 관장 측의 재산 형성 기여를 크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을 비롯한 원고와 피고의 공동재산은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노 관장이 SK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전체 재산은 4조원으로 인정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65%(최 회장)대 35%(노 관장)로 정했다.
법원이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를 크게 인정한 배경에는 그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이 있었다.
법원은 SK의 사업 확장에 “노태우가 보호막·방패막 역할을 했고, 유·무형의 도움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은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의 비자금을 전달했고 이는 SK 사업자금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태평양증권 인수나 이동통신사 사업 진출에 사용한 자금은 그룹의 계열사에서 모은 돈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서 선대회장 측으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된 점을 사실로 인정했고 최 회장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측 입장대로라면 선대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고 피고 주장대로라면 노태우 대통령의 자금을 받은 것인데 둘 다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SK 계열사에서 자금을 모은 근거가 없는 점, 기업 입장에서 형사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횡령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최 회장 주장을 배척했다.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기업이 (이동통신 사업 진출 등) 이렇게 지극히 모험적인 행위를 한 배경에는 당시 현직 대통령인 노태우가 있었다”며 “퇴임 직후라도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선대회장이 적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판단하에 이행한 것”이라고 봤다.
법원은 혼인 관계를 파탄낸 최 회장의 잘못을 추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노 관장의)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 대리인은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비자금 유입 등에 대해선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SK는 사돈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을 두고 판사 출신의 가사 전문 변호사는 “2심 재판부가 비자금과 노 전 대통령이 기업을 비호했다는 ‘정경유착’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으
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상 이혼 소송의 최대 위자료가 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도 “SK 성장에 대한 노 관장의 내조와 노 전 대통령의 비호가 있었음에도 외도를 한 최 회장 측의 유책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결혼했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두기도 했는데 최 회장이 2015년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 | 최태원 SK 회장. 공동취재 |
최 회장은 2017년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을 했고, 노 관장은 이혼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해오다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3억원 및 재산분할(SK 주식 절반)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양측은 모두 불복했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당초 1조원으로 추산됐던 절반의 주식에서 ‘현금 2조원’으로 변경하고, 위자료 액수도 30억원으로 높였다.
이종민·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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