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사결정 못 하는 사정 인정”
유족 청구 기각한 원심 파기 환송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이력이 없더라도 자살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다면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 유족이 보험사 5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9일 파기환송했다.
 |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
A씨는 2018년 2월 회사에서 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사망 직전까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육아휴직 일정까지 변경하는 등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유족은 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모두 거절했다.
A씨의 사망이 보험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로 정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족은 해당 약관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주장했다.
A씨가 극도의 심리적 불안 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으켜 자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 쟁점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를 두고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법원은 A씨가 순간적으로나마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고 보험사 5곳에 총 1억6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은 A씨에게 정신질환이 있었다거나 상태가 악화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A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됐을 여지가 없지 않다”며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A씨가 생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더라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와 제반 상황 등을 따졌어야 하는데 원심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자살에 이를 때까지의 경위 등 모든 자료를 토대로 사망한 사람의 정신적 심리 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요우울장애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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