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케냐 주요 도시 곳곳에서 증세 반대 시위가 벌어져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고 최소 5명이 사망했다.
미국의 주요 비(非) 나토 동맹국(MNNA)으로 지정된 케냐에서 대규모 시위와 유혈 진압이 이어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아프리카 전략에는 차질을 빚게 됐다.
 | 25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정부의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AP뉴시스 |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의회에서 예정돼있던 정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7억 달러(약 3조7000억원)의 세금 추가 인상 법안 표결을 저지하러 가던 시위대를 경찰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유혈 진압이 이어졌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뒤 일부 건물에 불이 나면서 의원들은 법안 표결 이후 긴급 대피했다.
케냐의사협회와 다른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최소 5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며 “30명 넘게 다쳤고, 그 중 최소 13명이 실탄에 맞았다”고 발표했다.
의회는 이날 논란이 된 재정 법안의 3차 회독을 마친 뒤 찬성 195표, 반대 106표, 무효 3표로 가결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시위대의 행위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오늘의 반역적인 사건에 대해 완전하고 효과적이며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날 사태와 관련해 “케냐 수도를 휩쓴 혼란은 미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강력한 우군인 윌리엄 루토 대통령을 단단히 끌어안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케냐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공식 지정했는데,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 중인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전통적 우방인 케냐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던 계획이었다.
루토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친서방 지도자다.
하지만 이날 사태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아프리카 전략에 변수가 생긴 셈이다.
 | |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AP연합뉴스 |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사태를 규탄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들을 애도하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족들에 위로를 전한다.
질서를 회복하고 대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케냐 현지의 서방 13개국 대사관도 성명을 통해 일부 시위자가 보안군에 납치됐다는 의혹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모든 측에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복 누나인 아우마 오바마도 이 시위에 동참해 최루탄을 맞았다고 CNN방송 등이 전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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