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초등생 “죽고 싶다”
중학교선 “금품 갈취 등 피해 눈덩이”
최근 전북지역 일부 초·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소용이 없어 “죽고 싶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전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금품갈취 등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대거 늘어나는데도 교육 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다는 주장이 교육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3일 해당 학교 피해자 등에 따르면 익산시 한 초등학교 4학년 A군은 올해 3월부터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무릎과 종아리 등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병원을 찾은 결과 양하지 부위에 통증과 타박상으로 인해 전치 2주 진단이 나올 정도였다.
 | | 같은 반 친구로부터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는 전북 익산시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자술서. MBN 제공 |
A군은 자술서를 통해 “3월 초부터 같은 반 친구에게 차이고 맞았다.
그때마다 멍이 들었지만 아빠 엄마가 물어볼 때마다 걱정시키기 싫어서 넘어져 멍든 거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친구가) 괴롭히고 때릴 때마다 선생님을 믿고 말씀드렸는데도 괴롭힘과 폭력이 반복됐다”며 “학폭이 싫고, 학폭을 하면 인생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맞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A군은 이어 “왜 내가 당해야 하는지, 이런 생각에 아빠에게 학교에 가 달라고 말했고 그동안 멍들었던 것이 모두 친구에게 맞아서 생긴 자국임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멍든 이유를 말했어야 했는데 마음이 안 좋다.
그동안 괴롭힘당해 너무 죽고 싶다”는 심경까지 밝혔다.
학생 진술대로라면 담임 선생님께 학폭 피해를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교내 학교 폭력 전담 교사나 관할 교육청에도 제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면 교육청에 곧바로 통보해야 하는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담임 선생님이 ‘우리 아이와 (폭력을 행사한) 아이가 싸울 때도 있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해서 학교폭력이 일어났는지 몰랐고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접한 전북교육청은 뒤늦게 해당 학교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전주시 한 중학교에서는 금품갈취 등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교육 당국이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북지역 12개 교육단체로 이뤄진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주 시내 모 중학교 폭력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단체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에서는 또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언·욕설과 금품갈취·물품 강매 등 다수의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심지어 피해 학생의 옷을 벗겨 수치심을 주는 등 괴롭힘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 당국은 ‘특정 학생과의 접촉을 피하고 조심하라’며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학교 당국은 폭력과 괴롭힘을 알고도 ‘의무교육’과 ‘촉법소년’이라는 틀에 갇혀 무사안일과 소극주의로 쉬쉬하고 있다”며 “혹여 내 자식이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신고도 못 하고 학교가 알아서 처리해 주길 바라는 학부모들로 피해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교육연대는 “지금이라도 전북교육청이 나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해 안전하고 평안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막무가내식 조사로 피해 학생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몰지각한 모습은 없어야 하며,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해서도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익산·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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