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방 재난관리 훈령’ 개정 돌입
재난·재해·긴급 상황이 아닐 경우 제외
“일반 대민지원까지 훈령으로 통제 안 해
필요 인정 때 지휘관이 규정따라 판단”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순직 1주기(19일)를 앞두고 군 대민지원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방부는 최근 ‘국방 재난관리 훈령’ 개정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장병들이 대민지원에 과도하게 동원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세계일보의 질의에 “재난, 재해, 긴급한 상황이 아닌 대민지원은 ‘국방 재난관리 훈령’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훈령에 따르면 군은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복구뿐만 아니라 국가시책사업,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사업, 사회단체가 추진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사업에도 대민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은 이런 내용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 | 2021년 8월 27일 해병대1사단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죽장면 한 민가에서 대민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해병대1사단 제공 |
이 관계자는 “국방부가 일반적인 대민지원까지 지시하거나 훈령으로 통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복구가 아닌 대민지원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각 군, 부대 지휘관이 내부 규정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군 병력이 지역 축제 같은 지자체 행사에까지 동원됐다”며 “지나치게 광범위한 동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적 재난 상황과 일반적인 대민지원 상황을 구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민지원 현장에 동원됐던 군 장병들이 과도한 동원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진정이 인권위에 다수 접수됐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대민지원에 동원되는 장병 수도 2013년 6만5778명에서 2022년 9월 기준 101만7146명으로 약 15배나 증가하는 등 최근 10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대민지원 시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훈령을 개정한 바 있다.
국방부는 재난 유형별 위험요인과 행동요령을 구체화하는 ‘국방 재난분야 대민지원 안전매뉴얼’을 신설했고 대민지원에 나설 때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롭게 추가했다.
채 상병 사고 당시에는 수변 지역 실종자 수색 작전 간 구명조끼 착용 등 대민지원의 형태별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었다.
이에 국방부는 구체적인 위험 상황별 안전대책과 추락·낙상, 수상조난, 지상조난, 화상 등 16개 위험요인별 행동요령을 매뉴얼에 담았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현모·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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