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서 원고승소 확정
“동성 이유로 사실혼 관계와 차별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해” 밝혀
동성부부 법적 권리 일부 첫 인정
자녀 양육비, 성인되고 10년 유효
청구권 前 소멸시효 중지 판례 깨
동성 배우자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새 판단이 나왔다.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해 있다.
뉴스1 |
대법원은 “피고(공단)가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원고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소씨는 2019년 ‘동성 동반자’인 김용민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소씨는 두 사람이 동성부부임을 밝혔고 공단도 피부양자 자격취득이 가능하다며 등록 절차를 안내했다.
공단은 돌연 같은 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씨에게 보험료를 내라고 통보했고, 소씨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소씨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동성결합’이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되는 사실혼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서 소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공단이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성 간 사실혼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두 사람이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동성 부부 역시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라고 봤다.
피부양제도의 본질적인 기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동성 동반자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해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미성년 자녀 양육비를 사후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지 10년까지 유효하다는 새 판례도 내놨다.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에 의해 구체적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 종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양육비의 변동 가능성 없이 금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반적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것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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