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현직 대통령 부인 소환
도이치모터스·명품백 의혹 조사
제3의 장소서 진행… 특혜 시비
檢총장 사후 보고 ‘패싱’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제3의 비공개 장소에서 고강도 밤샘 조사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검찰 조사를 받은 건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 여사는 20일 확인되지 않은 서울 종로 모처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성남=뉴시스 |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0일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 청사에서 대면 조사했다.
검찰은 21일 “김 여사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김 여사 측과)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 이유로 정부 보안 청사로 소환해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20일 오후 1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2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과 김승호 형사1부장이 각각 도이치모터스 사건, 명품 가방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직접 조사했고, 김 여사가 심야 조사에 동의해 밤샘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변호인 최지우 변호사는 “김 여사는 성실히 조사에 임해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여러 부분에서 전례가 없어 뒷말을 낳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조사한 것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아무리 대통령 부인이라도 검찰 청사가 아닌 곳에서 피의자를 조사한 부분은 특혜 시비를 부른다.
특히, 중앙지검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김 여사의 대면 조사 사실을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장 패싱’ 논란마저 일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총장은 중앙지검에서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고, 중앙지검이 대검에 사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검찰의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한 별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필요한 경우 김 여사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이 표명될 것”이라고만 했다.
국민의힘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야당이 김 여사 사건을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김 여사 측과 검찰의 ‘약속 대련(공격과 방어를 사전에 약속하는 태권도 용어)’이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유명 배우도, 야당 대표도, 전직 대통령도 섰던 포토라인을 김 여사 혼자만 유유히 비켜갔다”며 “소환 방식도, 날짜도, 장소도 모두 김 여사 픽(선택)”이라고 꼬집었다.
박진영·박지원·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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