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첫 검찰조사
대검 “조사 종료시점에 사후 통보”
李 총장도 “깊이 고심”… 입장 주목
중앙지검, 조사 이틀 전엔 “미정”
‘대통령실 입맛에 맞춘 것’ 의혹도
李 총장·중앙지검 불화설 재점화
법조계 일각선 ‘사후 통보’ 관련
“각자의 입장서 행동한 것” 분석도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대면 조사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총장과 중앙지검 간 불화설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 총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 李 입에 쏠린 눈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20일 검찰 대면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를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에게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대검찰청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서는 이 총장과 대검 간부 그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김 여사)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중앙지검에서 대검에 사후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총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중앙지검 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김 여사 조사는 오후 1시30분 시작됐는데, 이 총장은 자정이 다 돼서야 대검을 통해 이를 사후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김 여사 조사에 진척이 있으면 보고할 것과 제3의 장소에서 몰래 소환 조사하는 것은 안 된다고 중앙지검에 누누이 당부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조사하기 불과 이틀 전인 18일에도 “조사 시기나 방식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중앙지검의 김 여사에 대한 제3의 장소 조사는 대통령실의 입맛에 맞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수사는 이 총장이 지난 5월2일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5월20일 김 여사 고발인인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 소환을 시작으로,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 이 가방을 구매해 최 목사에게 건넨 서울의소리 이명수씨,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부인과 대통령실 행정관 3명 등을 조사하며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그간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 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 왔다.
이 총장은 지난달 3일 김 여사 소환 조사 가능성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수사팀이 재편됐으니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고 있고, 그렇게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김 여사 소환 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첫 발언이었다.
이 총장은 가장 최근인 지난 16일에도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있고 다른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고 원칙대로 절차를 지켜 수사할 것이라고 보고받았고, 그렇게 믿고 있다”며 “(김 여사 조사) 일정도 수사팀에서 결정해 보고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장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선 수사 지휘권이 배제돼 중앙지검에서 별도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했다.
추 전 장관은 또 중앙지검에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스1 |
이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도 “제가 직접 지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원칙대로 기준에 맞춰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총장 패싱 논란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도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첫 출근길에 “인사에 대해 총장과 의견을 나눈 적 없다”고 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이 해 달라는 내용대로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해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중앙지검의 ‘사후 통보’를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법조계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대검에 보고했는지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고, 각자 입장에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총장 입장에선 ‘보여 주기’, 김 여사를 검찰청에 출석시키는 ‘쇼’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업적을 남기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 임기는 9월15일 끝나며, 법무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가동되는 등 후임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A 변호사는 “중앙지검의 상황은 (이 총장과) 다르고, 일선 검사들은 검찰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면서 “절차에 없는 일을 하진 않았을 거고, 수사 준칙을 검토해 근거를 갖고 진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검이 이날 밝힌 입장을 보면, 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수사와 달리 명품 가방 수사에 대해선 여전히 검찰총장이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박진영·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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