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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전기자동차에 부정적 기조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태도를 바꿨다.
전기차에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대표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친밀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머스크 CEO도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공개 지지 발언을 했다.
반(反)전기차 정치인과 1위 전기차 기업 경영자가 손을 잡은 것은 언뜻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양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시간주 유세 현장에서 "끊임없이 전기차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전기차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전기차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전기차를 운전해봤고, 정말 대단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일론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죽인다며 '일자리 암살'이라고 불렀다.
또 자신이 당선되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과 나라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에 대한 거친 언사를 중단하고, 전기차 대신 전기차 관련 환경 규정과 인센티브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
전기차를 사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정부가 자동차 시장을 형성해서는 안 된다는 기조다.
이 같은 태도 변화 뒤에는 지난 3월 머스크 CEO와의 만남이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달 머스크 CEO는 주주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주 논의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 중 많은 사람이 테슬라를 가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버트럭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했다.
NYT는 반전기차 기조인 트럼프 대통령과 전기차 기업을 이끄는 머스크 CEO가 손을 잡은 이유는 협력을 통해 두 사람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인물인 머스크 CEO의 지지가 도움이 된다.
마이크 머피 공화당 컨설턴트는 "전기차와 관련해 공화당원들이 좋아하는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일론 머스크"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가 매달 4500만달러 정치 기부금을 낸다는 보도는 부인했지만, 지지 선언 그 자체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다.
머스크 CEO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이득을 본다.
IRA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데, 중국산 부품이 없어야 하는 등 조건 때문에 현재 일부 테슬라 모델은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해 IRA를 폐지하면 보조금 수혜를 봤던 GM, 포드 등 테슬라 경쟁사들의 판매량이 크게 위축된다.
머스크 CEO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라"며 "그것(보조금 폐지)은 테슬라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IRA 폐기 공약에 관한 물음에 "괜찮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우파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의 제임스 페토쿠키스 수석연구원은 "사업적 관점에서 머스크 CEO의 하방 위험이 보이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를 성공적으로 제조하고, 15만명을 고용하고,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일한 미국 기업을 약화할 가능성이 있을까? 게다가 CEO는 공화당에 막대한 기부금을 제공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도 테슬라가 보조금 없이도 수익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생산 부문에서 이미 엄청나게 앞서가는 데다 대규모 충전소 인프라까지 갖춰서 GM, 포드 같은 기존 제조사만큼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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