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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생겨나고 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1일 오전 6시15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에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BMW 차량에 연기와 불길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주변 차량으로 번졌다.
이 사고로 주변 차량 40대가 전소했고 100대가 손상됐다.
아파트 5개 동 전원이 차단돼 주민 122명이 임시 주거 시설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화재 진압이 어려운 전기차와 지하 주차장의 폐쇄적인 구조적 특성이 만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대형 수조 설비가 필요한데, 지하 주차장은 구조상 이러한 설비가 진입하기 어렵고 유독 가스 배출도 원활하지 않아 일반 차량 화재보다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커다란 조립식 대형 수조를 통해 진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지하 주차장은 층고가 낮아 진입하기 어렵다"며 "유독 가스 배출도 원활하지 않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자 일부 아파트에선 입주민 투표를 통해 전기차 지하 주차를 막고 충전·주차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있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르면 내년 1월까지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면의 5% 이상, 기축 아파트는 2% 이상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을 확보해야 하지만 지상과 지하를 별도로 규정하진 않았다.
지난 3월엔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가 입주민 투표를 진행하고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한 입주민은 "청라 화재 사고 이후 입주민들 사이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전기차 구매하라고 장려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전기차 차주들은 어디에 주차하라는 건가"라고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지하 주차장 내 방화구역을 마련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가 내연차와 비교해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없으며, 최근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 주차장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소유자의 공용물 이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 발생률은 0.013%로 내연차(0.016%)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소폭 낮았다.
김기윤 법률사무소 김기윤 변호사는 "화약 약품이라든지 정말 위험한 물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전기차가 내연차와 비교해 특별히 위험하다거나 폭발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며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하는 건 주차장이라는 '공용 부분'에 대한 소유자의 이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입주민 투표를 통해 이런 방안이 의결됐다고 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어 무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 역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아예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에 양옆으로 콘크리트 칸막이를 설치해 폭발 시에도 불길이 주변 차량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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