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청탁 금지법 위반만 적용
수사 3년 만에… 핵심 의혹 규명 난항
언론사 간부 2명도 불구속 기소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9월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3년 만이지만 의혹의 핵심인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은 정작 이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이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직 언론인 2명도 함께 기소했다.
 | | 권순일 전 대법관(왼쪽)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연합뉴스·뉴시스 |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이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등록 승인 없이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법률문서 작성 등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고,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홍 회장은 2019년 10월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김씨에게 50억원을 빌렸다가 2개월여 뒤인 2020년 1월에 이를 갚는 과정에서 이자 1454만원을 면제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홍 회장은 돈을 빌리기 전 차용증을 작성했고 실제로 두 달 안에 50억을 갚았기 때문에 면제받은 이자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로써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권 전 대법관과 홍 회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전 특별검사(기소),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기소),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6명 중에서 4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과 아직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최 전 수석, 김 전 총장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료 대가로 2020년 7월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만배씨가 대법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대법원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짙어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먼저 기소했다.
검찰이 이 의혹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말로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권 전 대법관과 김씨 모두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검찰도 이들을 기소할 수 있을 만큼 혐의 입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청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이날 한겨레신문 부국장 출신 석모씨와 중앙일보 간부 조모씨를 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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