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고 통해 드러난 난맥상
모호한 통계에 보존소 관련 내용 3줄
언론 취재하자 “민감하다” 모르쇠 일관
2023년 美 매체에는 구체적 진술과 상반
통일부, 탈북민 면접 인권침해 등 정리
법무부, 사건화해 ‘인명카드’ 제작 보존
사건화 기록 기준은 명확하게 답 못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허술한 국회보고’는 ‘한국판 잘츠기터’라는 설립 당시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서독이 동독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견제하고 동독 주민 보호에 도움이 되고자 통일 전부터 동·서독 접경지 도시 잘츠기터에 세운 중앙범죄기록소가 모델이다.
 | 지난해 8월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이전 현판식.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 네번째)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
동·서독 관계 개선과 화해무드에 장애물이 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인권이라는 가치의 중요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록의 중요성으로 인해 1961년부터 30년간 유지되며 범죄기록 4만건을 수집했다.
‘한국판 잘츠기터’를 표방하며 설립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철저한 기록과 분류, 축적을 생명으로 한다.
운영규칙에도 보존소는 “자료의 진본성·무결성·신뢰성 및 이용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돼 있다.
출범 당시 일반 행정직과 민간 전문가 외에 검사도 4명이 파견됐다.
탈북민이 입국하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면접 조사를 하고, 법무부가 이 내용을 넘겨받아 법적으로 사건화해 차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형태로 카드를 만들어 보존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남북관계를 의식한 정부가 과천정부청사에 있던 보존소 사무실을 법무부 용인연수원으로 옮기는 등 부침도 겪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보존소 위상과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4명에서 0명으로 줄었던 검사 파견은 윤석열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9월에야 ‘뒷북’ 충원됐다.
이번 국회보고자료에서도 보존소는 통계를 모호하게 기재한 문제뿐 아니라 보존소 관련 내용이 단 3줄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하다.
국회보고자료 상세내용을 추가취재하는 언론에 “민감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가해자·피해자 등”에서 “등”의 분류명을 묻는 질문에 “참고인 등 제3자”로 포괄적인 답을 하는가 하면, 업데이트된 가해자, 피해자, 제3자 숫자를 물어도 답변하지 않았다.
제3자나 참고인에 들어가는 사례가 어떤 것인지, 가령 공개처형 목격자는 피해자인지, 참고인인지 질문에도 “북한 관련 내용이라 민감하다”고 했다.
 | | 정부가 북한인권법 제15조에 따라 국회에 제출한 ‘2024북한인권증진 추진현황’ 1쪽에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실적으로 ‘가해자·피해자 등 인명카드 4071장 작성’이 기재된 모습. 2024북한인권증진추진현황 캡처 |
법무부는 지난해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에는 “2023년 4월 11일 기준 인명카드 총 3767건 중 가해자 인명카드는 1738건, 피해자는 750건, 참고인은 1279건”이라고 분류명과 수치를 공개했다.
보존소의 공개·비공개 기준도 그때그때 다른 셈이다.
법무부는 사건화하는 기록의 기준이 국내법인지, 북한법인지, 국제법인지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세계일보 확인 결과 법무부령 ‘북한인권자료 관리에 관한 규정’에 공개돼 있는 내용으로, “유엔세계인권선언 등 국제인권규약에 규정된 자유권 및 생존권과 관련된 내용,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사실과 관련 내용”을 “영구보존”한다고 돼 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정부가 바뀐 이후 특별히 더 체계적으로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대통령 및 리더십에서 의지 표명만 있을 뿐 실무적으로 변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국내법뿐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도 형사법적 구분이 필요하고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인권 실태 조사·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수행하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야당 반대에 막힌 재단은 출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통일부 장관 직속 북한인권증진위원회가 재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통일부가 탈북민 면접조사, 이관받은 법무부가 기록 카드 관리를 하면서 북한인권 기록, 수집이 체계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예진·박진영·정지혜·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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